1백43만원짜리 LCD TV가 백화점에서 '대박 기록'을 세우고 있어 화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5일 기획제품으로 내놓은 디보스의 30인치 LCD TV 1차분 물량 5백대가 판매개시 5일 만에 모두 팔렸다고 1일 밝혔다. 이날 2차분 5백대를 추가 주문한 롯데는 "한 달은 족히 넘어야 팔릴 수 있는 물량이 판매 닷새만에 소진돼 우리도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행운의 대박을 터뜨린 주인공은 가전매입팀 심원보 바이어(사진)다. "지금까지 백화점 매장은 최신형 제품을 내놓고 '와서 사가라'고 했던 분위기 였지요. 그런데 어느날 문득 거꾸로 고객이 원하는 '맞춤 제품'을 한번 팔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3개월간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잡고 씨름했다고 한다. 결론은 신혼층을 겨냥한 1백만원대 LCD TV. 젊은층은 그 어떤 고객층보다 최신형 가전에 관심이 높다. 그러나 40인치 PDP TV를 구매하자니 집은 좁고,공간을 덜 차지하는 LCD TV는 너무 비쌌다. "국내 판매량이 미미한 LCD TV 부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가격을 절반으로 떨어 뜨리자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몇 달의 시간이 더 걸렸죠." 디보스는 해외에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국내 인지도는 낮았던 토종 중소 업체.제조업체로선 국내 시장을 공략할 기회고,유통업체로서는 소비자의 수요를 맞춰줄 기회니 '찰떡 궁합'인 셈.서로에게 새기회를 주는 대신 양쪽 다 마진은 대폭 줄였다고 한다. 심 바이어는 "부유층 전유물이었던 LCD TV를 대중 상품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아 즐겁다"고 말했다. 심 바이어의 '대박기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엔 그냥 'MP3'가 아닌 '아이리버 MP3 달라'며 찾아오는 고객들을 보면서 아이리버에 업계 처음으로 단독숍을 제안,한달만에 1억원 가까운 매출을 냈고,유독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애플 매킨토시 컴퓨터 단독숍을 제안하기도 했다. 심 바이어는 앞으로 디보스와 짝을 이뤄 새로운 기획전을 열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매년 계절마다 반복적으로 하는 일은 체질적으로 잘 안맞아요. 계속 새로운 일을 찾아 다니는 게 재밌죠." 행사를 기획했던 개인적인 이유다. 송주희 기자 y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