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에 함박웃음 꽃이 피었다. 지난해 사상 첫 '영업이익 1조클럽'에 가입한 데 이어 올해도 고유가 행진 속에 환율마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업계도 에쓰오일의 올해 경영실적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삼성증권 김재중 연구위원은 "고유가와 저환율,석유제품의 수급상황 등 영업환경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에쓰오일을 비롯한 정유업계는 작년 수준을 뛰어넘는 경영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쓰오일이 경쟁사를 능가하는 뛰어난 수익성을 보이며 급성장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보다 18억달러가 투자된 첨단 중질유분해탈황시설(BCC)에서 찾을 수 있다. 전문가들도 에쓰오일 실적의 '1등 공신'으로 이 시설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에쓰오일은 경쟁사들이 투자를 중단하다시피한 외환위기 직후에도 비축단지 등 보조시설에 3억달러를 추가 투입,BCC 건설을 적기에 완료함으로써 고유가 시대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 시설은 세계 2번째로 완성된 것으로 규모 면에서는 세계 최대다. BCC는 부족한 고급원유 대신 수급이 원만한 저급원유를 정제할 때 불가피하게 생산되는 저급 벙커C유를 거의 1백% 가까이 휘발유 등 경질유로 전환시키는 설비로 정유 설비 가운데는 최고의 부가가치 설비다. 이 시설에서는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원료와 BTX 등 방향족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유분이 대량 생산되기도 한다. 에쓰오일 관계자들은 이 시설이 심각한 고급 원유 부족현상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지상 유전'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이 BCC에서 나온 제품의 60% 이상을 중국 일본 등지에 내보내 53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거두며 동북아 지역 고급 석유제품의 '허브 역할'을 맡았다고 강조했다. 에쓰오일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추세로 고급원유 수요는 급증 추세에 놓여 있다"며 "4천억원 규모의 법인세를 납부하고 전년 수준의 배당을 실시한 뒤에도 충분한 투자재원을 확보하게 된 만큼 국가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시설인 제2의 BCC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료 조달 능력과 투자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이 시설을 신규로 건설할 수 있는 주체는 현실적으로 중동 일부 산유국에 국한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토대로 에쓰오일이 본격적인 추가 확장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고유가-저환율-고수요 등 업계 호재 3박자에 '첨단시설'과 '수출형 사업구조'라는 차별화된 전략까지 두루 갖춘 에쓰오일의 대박 행진에 업계의 시선이 주목되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