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달러약세 영향으로 '제2의 브레튼우즈 체제'의 종말이 임박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제2의 브레튼우즈 체제란 1970년대 이후 아시아 국가들이 통화가치를 미 달러에 연동시켜 온 환율제도를 뜻한다. 제1의 브레튼우즈 체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순금 1온스=35달러'라는 금.달러 본위제에 입각한 환율제도로, 1971년 8월 15일 미국이 금과 달러의 교환을 정지함으로써 결국 와해됐다. 블룸버그 통신의 고정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칼럼을 통해 "최근 한국은행의 달러 매각설이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져 환율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사례는 미 달러 연동 환율체제가 곧 붕괴될 것임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경제담당 편집장인 크리스 질레스도 "한은 파문은 그 자체로 세계 경제의 권력이 아시아 중앙은행들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막대한 규모의 미 국채를 보유한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달러약세에 대응하기 위해 달러자산을 축소,결국 달러가치의 추가 하락을 촉발한다면 세계 경제는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퇴양난에 몰린 아시아 중앙은행들=일본 중국 대만 한국 등은 세계 외환보유액 순위에서 상위 1∼4위를 차지하며,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은 전세계의 70%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달러약세로 대규모 평가손실을 감수하고 있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유로화 등으로 투자를 다변화하면 달러가치는 더 떨어지고 미국 국채수익률은 크게 상승,금융시장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미 국채를 매도하면 달러가치는 더 떨어지고,외환보유액도 그만큼 평가손을 입기 때문이다. ◆미 달러연동 환율제의 종말 임박=경제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겠다는 한은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원화가치 강세를 용인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며 "향후 다른 아시아 중앙은행들도 한국과 유사한 외환정책을 따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과거 아시아 국가들은 금융시스템 개혁이나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골치아픈 일보다는 수출증진을 위해 '통화가치 약세'라는 편리한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국 통화 강세를 인위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과도한 '비용과 시간'을 마냥 낭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