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동산 경기가 최장기간 활황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의 '거품 경고'에도 불구,지난해 미국의 주택 가격은 25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투기 수요까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동향이 향후 부동산 경기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집값 상승률 최고=2일 미국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 가격은 지난해 11.17%나 올라 1979년 이후 25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2000년과 비교하면 미국의 평균 집값은 무려 33%나 올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특히 작년 3분기에는 4.79%란 기록적 상승률을 보였다가 4분기에는 1.69%로 다소 안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분기별 집값 변동성이 커 추세를 파악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OFHEO의 아만도 팰컨 이사는 "지난해 하반기 집값이 안정세를 보였으나 상승 속도는 매우 빠른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작년 4분기 1백29개 대도시 가운데 62곳은 집값이 두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는 등 도시지역 집값은 급등세가 여전하다. 지난해 미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네바다주로 2003년 말보다 32%나 치솟았다. 하와이,캘리포니아 등도 2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거센 투기 열풍=뉴욕타임스는 닷컴 거품이 한창이던 시절의 '묻지마 투자'처럼 부동산에 투자하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커졌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주택금융 업체 '론퍼포먼스'에 따르면 작년 1~11월 담보 대출로 집을 산 사람의 8.5%는 새로 구입한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0년 비거주자 비율은 5.8%였다. 특히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경우 이 비율이 12%에 달했고,마이애미는 11%였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는 지난해 7백70만건의 부동산 거래 중 4분의 1은 '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인 것으로 추정했다. ◆금리가 최대 변수=미국 부동산 경기가 활황세를 보이는 것은 금융시장의 변동성 증가와 고용 부진 등 악재에도 불구,최근 미국 경제가 성장세를 보이면서 소비 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리가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했다.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가 부동산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과열됐다"며 거품론을 제기한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코노미닷컴의 마크 잔디 수석 연구원은 "담보대출 금리가 얼마나 빨리,얼마나 높은 수준까지 오르느냐에 따라 부동산으로의 자금 유입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는 현재 6%대 미만인 30년 만기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올해 말께 7% 수준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