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과 건강악화로 퇴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삶을 되짚은 회고록과 평전이 잇달아 번역돼 나왔다.
회고록 '일어나 갑시다'(성하은 옮김,경세원)와 '요한 바오로 2세 평전-카롤 보이티야의 비밀'(안드레아스 엥글리슈 지음,손주희 옮김,영언문화사)이다.
'일어나 갑시다'는 교황의 주교 축성 45주년과 교황 즉위 25주년을 맞아 1958년 폴란드 크라쿠프 대교구의 보좌 주교가 된 이후부터 1978년 교황으로 선임되기까지 20년간의 삶을 되돌아본 책.지난 96년 사제 생활 초기에 관한 기억과 묵상을 담은 '은사와 신비'를 낸 데 이은 두번째 회고록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 책에서 주교 직무의 위대함과 거기에 따르는 고통,기쁨을 솔직하게 토로하고 있다.
회고록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긴 하지만 '주교론'에 가깝다.
주교로 부름받는 일과 주교의 임무,'어버이'로서의 역할,주교단의 활동 등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회고하고 있다.
사제 서품을 받은 지 12년 만인 38세의 젊은 나이에 주교로 임명된 교황은 "주교직은 명예로운 것이지만 주교 후보가 다른 사람들보다 인간적으로 또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뛰어나서 뽑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주교란 교회의 중심에서 믿음 애덕 충실함 섬김에 있어 으뜸이 되라는 직무를 맡은 것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주교가 끼는 반지는 그가 교회와 성스러운 혼인 서약을 맺었음을 의미한다.
또 주교관을 쓰는 것은 자신 안에 성덕의 광채가 빛나도록 노력하라는 일종의 경고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특히 주교는 가급적 자주 신자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삶과 기쁨,고민을 알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교황이 지난 84년과 89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하는 등 전세계를 누비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요한 바오로 2세 평전'은 10년 이상 바티칸에서 교황 공동취재단으로 일해온 저자가 가까이서 지켜본 교황의 인간적 모습을 진솔하게 그린 책.당초 교황에 대해 반감을 품고 있었던 저자는 교황을 수행 취재하면서 그에 대한 불신과 선입관의 벽을 허문다.
끊임없이 신을 찾으려고 애쓰는 교황의 절절한 모습,교회 분열로 인한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교황의 시도들,교회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속죄,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사람을 찾아가 용서의 말을 전하는 모습 등이 벽을 허무는 도구들이다.
근엄한 모습의 교황 대신 한 인간으로서 그를 바라보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