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사제가 불교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인공은 서울 대신학교(가톨릭대 신학대학) 출신으로 지난 92년 사제로 서품된 곽상훈 신부(46·세례명 토마스 데 아퀴노). 곽 신부는 지난달 18일 '초기 불교경전의 자비와 공관복음서의 아가페 연구'라는 논문으로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종립대학인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다른 종교 성직자가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곽 신부는 사제 서품 이후 동국대 불교학과 3학년에 편입,지금까지 불교학 연구에 매달려 왔다. 곽 신부의 논문은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핵심 윤리인 자비와 아가페(조건 없는 사랑)를 자리(自利)와 이타(利他),지혜와 자비,정의와 자비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비교·고찰하면서 자비와 아가페는 서로에게 배워야 할 점들이 있음을 밝힌 내용이다. 곽 신부는 "개인적으로도 불교학에 관심이 있었고 가톨릭 교단에서 다른 여러 방면에 전문적 식견을 갖춘 사제를 양성한다는 계획에 따라 불교를 공부하게 됐다"고 불교학에 입문한 이유를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