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가 죽는 것을 보니 나도 빚에서 해방될 방법을 찾았다." 지난 1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다세대주택 1층에 세들어 살던 김모씨(29·여)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동료 한모씨(37·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한씨는 "최근 5일 간 연락이 안돼 걱정이 돼서 집으로 찾아갔더니 김씨가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또 "김씨가 얼마 전에 전화를 걸어와 '이은주가 죽는 것을 보니 나도 빚에서 해방될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는데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숨진 김씨는 3년 전 은행 융자를 받아 집을 샀으나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갔고 최근에는 1억원가량 빚이 늘어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영화배우 이은주씨의 자살 이후 최근 들어 자살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아파트에 살던 정모씨(50)가 집안에서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부인 강모씨(47)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캐나다에 조기유학 중인 자녀 뒷바라지를 위해 남편과 떨어져 지내다 일시 귀국한 부인 강씨는 경찰에서 "문이 잠겨 있고 전화도 받지 않길래 비상열쇠를 갖고 있는 시동생을 급히 불러 집안에 들어갔더니 남편이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부인,아들,딸 등 가족을 4년 전 캐나다에 보낸 뒤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던 정씨가 최근 지병인 고혈압이 악화되고 사업도 잘 안되는 점 등을 고민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같은날 오후 서울 광진구 천호대교 북단에서 권모씨(31·여)가 전 남편 이모씨(32)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가면서 여자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한강에 투신해 자살했다. 생활고를 못견딘 자살도 줄을 이었다. 지난 1일 오전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 안모씨(58) 집에 세들어 살던 장모씨(44)가 방안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또 2일 새벽에는 대구시 달서구 본리동 모 아파트에 살던 주부 박모씨(34)가 아이들 양육 등 생활고를 이유로 베란다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