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산업으로 거듭나야] 2부 - (4) IT혁명 대학이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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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이기태 사장은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에 공문을 보냈다.
이 대학을 3년만에 조기졸업을 하는 15명의 학생을 모두 데려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편지였다.
하지만 이 학교 허운나 총장은 "학생들을 더 공부시켜야 한다"며 이 사장에게 양해를 구했다.
결국 이번에 조기졸업한 학생은 전원 학교에 남아 석사과정을 밟기로 했다.
학사과정 수석졸업한 안치의 씨(20)는 "삼성전자나 외국명문대 등에도 진학할 수 있었지만 ICU의 국제화된 석사교육과정이 더 유리할 것 같아 학교에 남기로 했다"고 말했다.
2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ICU 인공지능 과목 강의실.22명의 학부생이 최호진 교수의 강의에 열중하고 있다.
대학은 통상 3월에 개강을 하지만 1년3학기제로 운영하는 ICU는 개강이 다른 대학보다 이르다.
ICU의 강의가 다른 학교와 구별되는 또 다른 점은 강의 전체가 영어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전체 전공 과정이 영어로만 운영되는 학부는 국내에서 ICU가 유일하다.
허운나 총장은 "영어로 강의하고 영어로 토론하는 문화를 어려서부터 심어줘야 세계 어느 기업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강의 전체를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ICU는 정보통신부 출자로 설립됐다.
소프트웨어 및 정보기술(IT) 분야만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특성화 대학 가운데 하나다.
지난 98년 처음 신입생을 받은 학교가 국내 최정상의 과학기술 분야 대학인 포항공대,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대등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ICU의 입학 커트라인은 포항공대에만 다소 뒤질 뿐 서울대 공대,KAIST보다는 위다.
2003년 기준 교수 1인당 SCI(과학논문 인용색인)는 1.96편으로 KAIST(2.87편),서울대(2.23편)와 비슷한 수준이다.
ICU의 교수 1인당 연구비는 국내 대학 중 가장 높다.
2003년 기준으로 1인당 3억3천5백만원의 연구비가 지급돼 2위 포항공대(3억8백만원)을 멀찍이 따돌렸다.
ICU는 세계 유명 대학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카네기멜론대학은 현재 ICU와 공동학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카테기멜론대학이 미국에 유학을 온 것과 똑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공동학위를 허용한 곳은 ICU가 세계에서 유일하다.
ICU가 빠른 속도로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소수정예 스파르타식 교육 덕이다.
일단 다른 대학보다 졸업을 위한 이수 학점이 많다.
보통 대학은 학사는 1백24∼1백32학점,석사는 36학점을 이수 학점으로 정하고 있지만 ICU에서는 학사 1백44학점,석사 45학점을 따야 한다.
단기간에 강도 높은 집중을 해야 졸업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