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신드롬' ‥ 20대 女 이은주씨 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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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가 죽는 것을 보니 나도 빚에서 해방될 방법을 찾았다."
지난 1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다세대주택 1층에 세들어 살던 김모씨(29·여)가 목을 매 자살했다.
최초 발견자인 동료 한모씨(37·여)는 경찰 조사에서 "최근 연락이 안돼 집으로 찾아갔더니 김씨가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며 "김씨가 얼마 전 '이은주가 죽는 것을 보니 나도 빚에서 해방될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는데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말했다.
김씨는 3년전 은행 융자를 받아 집을 샀으나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갔고 최근에는 빚이 1억원가량으로 늘어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영화배우 이은주씨의 자살 이후 최근 들어 자살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2일 오전 10시30분께 부산시 북구 최성실 부구청장(60)이 자신의 집 안방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신음중인 것을 운전기사 최모씨(40)가 발견,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최 부구청장은 부인 앞으로 남긴 유서에 "평소 결벽증에다 매사를 바르고 원칙에 입각해 처리하고,일이 있으면 꼼꼼히 챙기는 나의 성격을 잘 알면서도 모르는 채 넘어갈 수 없었다.
이러는 동안 스트레스가 쌓여 현재 내 건강은 불면증,신경성 위장장애,우울증이 겹쳐 최악의 상태"라며 자살결심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최 부구청장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데서 오는 우울증 등으로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아파트에 살던 정모씨(50)가 집안에서 목을 매 숨졌다.
경찰은 부인 아들 딸 등 가족을 4년 전 캐나다에 보낸 뒤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던 정씨가 최근 지병인 고혈압이 악화되고 사업도 잘 안되는 점 등을 고민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생계 비관형 자살도 늘고 있다.
2일 새벽 대구시 달서구 본리동 모 아파트에 살던 주부 박모씨(34)가 아이들 양육 등을 이유로 자살했다.
서동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년간 하루에 30명꼴로 자살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등 우리 사회가 자살 고위험 사회로 가고 있다"면서 "자살이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 미치는 허탈감과 무력감이 크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정신보건서비스 등을 구축하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부산=김태현·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