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에세이] 백화점 단상 ‥ 하창조 < ENI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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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창조 ENI 대표 cj@enicorp.biz >
출장이나 관광차 해외에 나가면 백화점에 들르곤 한다.
간단한 선물도 사고 매장 인테리어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미국 같은 경제 선진국의 유명 백화점에 처음 갈 때는 큰 기대를 가졌었다.
국내 백화점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모습을 생각하며 "여기는 얼마나 대단할까"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딴판이었다.
차분한 조명과 물건을 종류별로 찾기 쉽게 배치한 점,다소 낡은 느낌의 집기 등이 마치 국내 할인점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몇년 후 다시 갔을 때도 매장 위치와 집기 등은 변함없고 진열 제품만 새롭게 바뀌어 있었다.
외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는 매장을 2∼3년마다 리노베이션해 오랜만에 가면 원하는 제품이 어디 있는지 물어봐야 하는 우리와는 너무 달랐다.
과연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바뀌는 매장의 화려한 외관을 중시하고 원하는 걸까.
매장을 바꾸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직원 채용과 교육,어린이 동반 고객을 위한 놀이시설,차 한 잔 마실 공간,급할 때 사용 가능한 PC방 등에 투자하면 어떨까.
백화점 협력업체들은 판매금액의 30% 안팎을 수수료로 지불하는 데도 판매원의 급여,재고,백화점 발생 손실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형편인데도 백화점이 리노베이션을 원하면 권유 형식이지만 물리칠 수 없어 업체당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테리어 경쟁은 백화점과 협력업체 모두에 부담이되고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외관의 고급화를 경쟁할 게 아니라 진정한 고객 만족이 뭔지를 생각해봤으면 싶다.
필요없는 비용을 줄이고 발전적인 투자를 늘리면 그 효과가 소비자에게 돌아가고,이는 다시 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효과를 낼 것이다.
백화점을 이용할 때마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판매원들의 과잉 친절이다.
서비스가 지나치다보니 불편하고 눈치보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선 고객 스스로 물건을 고르도록 기다려주고 고객이 원할 때만 조언해준다.
경영학의 소비자 심리와 행동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이 소비자는 스스로 물건을 비교하고 판단하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무조건 따라붙기식의 서비스보다는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소비자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소비자가 도움이 필요할 때 마음에서 우러나는 서비스를 제공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