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굴뚝과 기름때 묻은 푸른 유니폼을 입은 근로자,단층 건물의 공장들로 상징되던 구로 공단이 15∼20층의 첨단 고층아파트형 공장 숲으로 바뀌고 있다.


강남이나 여의도의 첨단 오피스텔지구와 흡사한 '디지털 밸리'로 변신 중이다.



< 사진 : 서울디지털산업단지내 아파트형공장 입주업체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서고 있다. 이 단지로 연간 수천명의 고학력 젊은이들이 유입되고 있다. >


서울디지털산업단지라는 새로운 이름에 걸맞게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 들어선 아파트형 공장은 완공된 것만 모두 29개동.또 건설 중인 것이 21개동,곧 착공에 들어갈 것도 18개동에 달한다.


현재까지 건설됐거나 지어질 아파트형 공장이 68개동에 이른다.


입주 기업도 2000년 말 7백12개에서 지금은 3천3백75개로 증가,4.7배 늘어났다.


단지 내 종사자는 이 기간 중 3만2천9백58명에서 5만4천1백80명으로 64.4% 증가했다.


또 현재 건설 중인 아파트형 공장이 모두 완공되는 2007년에는 입주 기업 6천5백개,종사자는 8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업종은 봉제 섬유 피혁 인쇄 등에서 정보통신 위주로 변했다.


정보통신 업체들이 전체 입주기업의 약 56%를 차지,최대 업종으로 자리 잡았다.


'산업 역군'들이 일하던 '고단한 일터'에서 젊은 세대가 이끄는 '역동적인 지역'으로 변신한 것이다.


그러나 변화는 유리벽으로 치장된 아파트형 공장이나 건물 앞 분수대에서만 느껴지는 게 아니다.


인터넷 전기·전자 섬유 애니메이션 등 첨단 IT(정보기술) 및 지식산업 분야의 벤처기업들이 몰려오면서 인적 구성원들도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가난의 때를 벗기 위해 생산 라인을 지켰던 중졸.고졸 출신의 '언니·오빠'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신 석·박사 등 고등 교육을 받은 20∼30대 젊은 벤처 인력들이 연간 수천명씩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이들 젊은 직장인은 '빵'보다는 '삶의 질'에 관심이 더 많다.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영순씨는 "벤처기업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주변 상가들도 이들을 겨냥해 상가 레이아웃 등을 바꾸고 있다"며 "모든 게 도심과 다를 게 없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단지 근처에는 외국어회화학원,헬스클럽,골프연습장,패밀리 레스토랑,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등 이들의 생활패턴을 반영하는 상업 시설들이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


또 단지 중심부에서 1km 안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파보레 세이브존 등 대형 유통점들이 둥지를 틀고 있으며 인근에 멀티플렉스(영화 복합상영관)들도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음악회 넥타이마라톤대회 등'아파트공장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


공원이나 문화시설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지만 새로운 문화가 싹트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문혜정 기자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