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에너지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선진국들이 유가 급등세가 이어지자 석유 일변도의 자원 확보 전략에서 탈피,천연가스 개발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4일 석유보다 매장량이 많고 친환경적인 천연가스를 많이 확보하는 나라가 에너지 안보를 더 확고히 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고유가로 석탄 같은 전통 연료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천연가스 확보전 치열=로열더치셸,엑슨모빌 등 다국적 석유업체의 가스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로열더치셸은 지난달 말 카타르 국영 '카타르가스'의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30%(70억달러 규모)의 지분을 투자키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오는 2010년부터 유럽과 북미 지역에 연간 7백50만t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엑슨모빌도 이에 앞서 연간 1천5백60만t의 LNG 생산을 위한 카타르 정부의 프로젝트에 30%의 지분(1백28억달러 규모)을 출자하는 계약을 맺었다. 프랑스 석유업체인 토털은 엑슨모빌과 함께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와 이란은 카타르보다 더 큰 가스 유전을 갖고 있지만 외국 업체의 지분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주요 석유 회사들은 매장량 3위인 카타르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현재 확인 매장량 기준으로 석유는 약 40년분,천연가스는 65년분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연가스 시장 확대=지난 수년간 유가가 급속히 올라 에너지 소비국이 석유 이외의 다른 연료 확보에 나서면서 천연가스 수요가 늘고 있다. 또 전력회사 등도 교토의정서 발효 후 청정 연료인 가스 사용을 늘리는 추세다. 미국 에너지정보기구(EIA)에 따르면 가스가 전 세계 에너지 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73년 16%에서 2002년에는 21.2%로 증가했고 2025년에는 2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의 경우 현재 대부분 가스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전달되고 있지만 조만간 미국 내 천연가스가 고갈될 것으로 보여 해외유전 개발을 통한 LNG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LNG의 경우 천연가스를 영하 1백61도까지 낮춰 액체로 만든 뒤 배로 옮겨서 다시 가스로 만들기까지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지만 수요 증가와 기술 발전으로 원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이 주간지는 "해저에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것보다 LNG 운반선을 활용,바다로 옮기는 비용이 더 싸다"며 "수요 증가로 기술 혁신에 가속도가 붙고 있어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LNG 사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석탄도 재조명=싸고 안정적인 연료로 인식되면서 석탄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석탄을 원료로 쓰는 전력회사가 많은 데다 고유가로 석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4대 석탄업체의 주가는 지난 1년간 평균 75%나 올랐다. 웨스트민스터증권의 애널리스트 리처드 프라이스는 "고유가로 석탄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량을 한꺼번에 늘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향후 2∼3년간은 석탄값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