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산업으로 거듭나야] 2부 - (6) <끝> 공교육 성공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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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지난 2003년 5월 전주 상산고를 찾았다.
송아지 출산장면을 담은 인터넷 동영상자료를 곁들여 동물복제 사례를 학생들에게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황 교수의 강연을 듣고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연구하겠다고 결심한 학생이 나왔다.
그 학생들은 지금도 황 교수와 이메일로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곤 한다.
동물생태학자로 유명한 최재천 서울대 교수도 비슷한 시기에 상산고에서 강연을 했다.
강연 이후 이 학교에는 동물생태학자를 지망하는 학생들끼리 동아리를 결성해 활동 중이다.
상산고 관계자는 "입학 때만 해도 모두가 의·치·한의학 계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했던 학생들이 점차 순수과학 분야를 공부해 보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산고는 자립형 사립고 시범학교로 지정돼 2003년부터 신입생을 받았다.
교사채용,학생선발,교육과정,재정 등의 자율권을 학교에 최대한 보장하는 게 정부의 자립형 사립고 지정 취지다.
상산고는 설립 3년 만에 자립형 사립고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유도하고 있는 교육 방법이 교육 소비자인 학생 및 학부모에게 먹혀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교과과정과 다르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자립형 사립고를 꺼릴 수도 있다.
자녀를 실험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산고에서는 이런 일반 인식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상산고 입학 정원은 3백60명이다.
학생을 뽑기 시작한 2003년 입학 경쟁률은 2 대 1이었고,올해는 3.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금년 입학생 중 73.2%는 전주지역 이외 출신이다.
2003년 타지역 출신의 비율은 35%에서 지난해에는 48%로 늘어났고 올해는 그 비율이 껑충 뛰었다.
대입 내신성적 반영 비율 확대 방침으로 상산고와 같은 자립형 사립고는 당장 올해부터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예상을 깬 것이다.
상산고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로 우선 학생 의견을 반영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교육 소비자를 먼저 생각한다는 얘기다.
상산고의 점심시간은 1시간30분가량으로,다른 고등학교에 비해 조금 길다.
학생들이 점심식사 후 5교시 수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고,학교 측은 학생들의 제안을 적극 수용했다.
교과과정이나 학교시설에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상산고의 남다른 면이다.
첨단시설의 강의동과 공연 및 강연 등이 이뤄지는 멀티미디어관,과학관과 기숙사 등은 대학 수준의 시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홍종 서울대 교수(수학과),전북대 윤석민 교수(국문과) 및 조성민 교수(음악과) 등은 정기적으로 상산고를 찾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상산고는 교육 실험의 현장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종합해 볼때 소비자가 원하는 교육이 이뤄지면 공교육도 충분히 되살아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산고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희상 상산고 교감도 "자립형 사립고 전환 이후 우리사회의 미래 지도자를 양성하려는 학교의 계획이 하나 둘 결실을 거둬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