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어쩌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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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상물엔 실로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가 그것이다.
예기치 못한 사태나 극한상황에 처해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다독이는 얘기다.
자신과 다투던 엄마가 숨진 데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소녀,갑작스런 실직에 세상을 등지려는 중년남성 모두 이 말에 자신을 용서하고 삶을 되찾는다.
살다 보면 출구 없는 터널이나 움직일수록 깊이 빠져드는 늪에 갇힌 듯한 때가 있다.
모든 희망이 사라져 참고 견뎌봤자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지거나 그저 치욕스럽기만 할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거듭된 대입 실패,끝없는 취업 좌절,실직이나 부도,명예나 자존심 실추,만성질병,가정불화,실연 등 끔찍한 일은 수없이 많다.
어느 경우든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사람도 있지만 모든 게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후자가 되면 자괴감과 절망감에 자신을 세상에서 고립시키거나 심지어 목숨을 끊기도 한다.
극단적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앞날이 창창한 유명 여배우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자 파장이 자꾸 커지고 있다.
정말이지 '어쩌자고'다.
두엄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로는 사회적 풍토와 개인적 성향 등이 두루 거론된다.
빈부격차 증대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불확실한 미래,타인과의 소통난에 따른 외로움과 두려움 증폭,상처와 갈등 치유법의 부재,생명경시 풍조,자신감과 책임의식의 부족 등.
그러나 자살은 결코 해결책일 수 없다.
시각장애를 극복,미국 국가장애위원회 차관보가 된 강영우 박사는 물론이요 "불쌍한 딸을 위해서도 오래 살아야지,내가 세상을 뜨면 혼자 어떻게 살겠어"라며 68세 장애인 딸을 돌보는 1백1세 박옥랑 할머니의 뜨겁고도 질긴 모정은 현실이 어떻든 살아야 할 이유를 알려주고도 남는다.
마지막 코너까지 몰린 사람도 마음을 털어놓을 단 한명만 있으면 최후수단을 택하지 않고,누군가 말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은연중 이것저것 표시한다고 한다.
자살이 더이상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속히 마련돼야겠지만 우리 모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이가 없는지부터 살필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