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5일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의회) 제2차 회의 개막식에서 발표한 `정부공작보고'에는 고도 경제 성장을 지속하면서 각 부문간 균형 발전을 이룩하겠다는 새 지도부의 국정방향이 구체화 돼있다. 원 총리의 보고서를 보면 정책 방향이 작년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은 없으나 새지도부 출범 3년째를 맞아 안정과 균형 발전에 더욱 중점을 둔 구체적인 국정 이념이 제시돼 있음이 읽혀진다. 지난 20여년간 중국 경제의 나침반 역할을 해온 성장 일변도의 `선부기래론(先富起來論)'은 이제 도시-농촌, 지역간, 계층간 빈부 격차 확대와 분열의 문제점을 발생시키며 한계에 달해 발전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한 시점에 새 국정이념이 나온 것이다. 새 국정 이념은 이미 작년에 나온, 각 부문간 균형 발전을 강조하는 `과학적 발전관'과 인민의 권리와 이익을 앞세우는 `이인위본(以人爲本)'을 더욱 발전 시킨 `사회주의 조화주의(社會主義 和諧社會)'라는 형태를 띠고 나왔다. 농민과 도시 하층민등 소외 계층에 대한 분배 정의를 강조하고 분열과 격차해소를 위한 중국식 해법이다. 보고서에 나타난 구체적인 정책을 보면 긴축을 위주로 한 거시(宏觀)조정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부동산 등 일부 투자과열 종목에 대한 법적, 행정적 억제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뜻이다. 경제 운행에 나타난 불안정하고 불건전한 요인을 미리 제거, 안정적이고 비교적 빠른 발전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식량 수급, 고정자산 투자 팽창 억제, 화폐공급과 여신, 석탄ㆍ전기ㆍ석유ㆍ운송의 안정 공급도 국부적인 문제가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안정 위주의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작년 9.5%에 달했던 경제 성장률을 8%로 낮춰 잡았고, 수출 증가율도 작년에 34.5%에 달했던 것을 올해 15%로 하향 조정했다. 재정 수입은 작년대비 10.5% 증가한 1조6천662억위안(약 216조원), 재정지출은7.6% 증액한 1조9천662억위안으로 잡아 예산적자가 198억위안 감소한 3천억위안 규모의 예산안도 안정 강조를 뒷받침 한다. 건설 국채도 800억위안으로 작년 보다 300억위안 줄여 발행하고 화폐 정책과 인민폐 가치도 `기본적인 안정'을 유지하고 이자율에 대한 규제를 완화, 시장친화적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도시의 900만명 신 고용, 도시실업률 4.6% 통제, 소비자가격 상승 4% 억제등의 목표도 모두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이다. 그렇다고 성장을 소홀히 하지도 않았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8%로 잡았지만최소 9%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작년에 목표 치는 7%였으나 실제 성장률은 9.5%에 이르렀다.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정책 목표이지만 작년에 비교적 성공한 점으로 미뤄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분배와 균형 발전에 대한 중시는 농업ㆍ농촌ㆍ농민의 3농(農) 사업 강화와 지역의 균형 발전 추진 정책으로 구현될 전망이다. 당ㆍ정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3농문제를 최우선 정책 과제인 `1호문건'으로채택했고, 그 구체적인 방안이 정부공작 보고서에 제시됐다. 서부대개발, 동북지구 노후 공업지구 진흥, 중부지구 발흥 촉진 등도 균형된 국토 개발로 지역 격차 해소에 나서겠다는 정책 의지이다. 중국의 중장기 목표는 공산당 일당 독재를 유지하면서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2000년 기준의 4배인 4조달러, 1인당 GNP는 3천달러로 3배 늘려 비교적 잘사는 수준인 샤오캉(小康)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 안정과 균형 발전 속에 비교적 빠른 성장을 지속하겠다는 새 발전 전략은 이러한 목표 달성에 필수적이며 적기에 나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ㆍ박기성 특파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