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輝昌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대학의 경쟁력이다. 19세기 최고의 강대국이었던 영국이 쇠퇴의 길을 걸었던 중요한 이유는 당시 최고의 대학이었던 옥스퍼드, 캠브리지 대학이 세상이 변하고 있었음에도 그 역할을 충분히 못했기 때문이다. 20세기 이후 미국이 세계의 지도적 위치를 유지하는 근본적 원인은 바로 미국의 대학들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다. 미국대학 경쟁력의 핵심은 교육을 산업으로 보는 것이고 '산업적 사고'의 한 가운데에는 '경쟁'이라는 논리가 있다. 미국대학의 학생, 교수, 행정가는 모두 치열한 경쟁상태에 있다. 경쟁은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아 효율성을 높여 준다. 그런데 이러한 효율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으로 좋은 평가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대학생들은 입학할 때는 물론 입학 후에도 철저하게 포괄적인 평가를 받는다.각 과목별 교수는 학생을 평가할 때 단순한 시험성적뿐 아니라 리포트, 프로젝트 발표,수업 참여도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점수를 준다.그리고 학생들은 이러한 교수의 학생들에 대한 평가를 역평가하는 강의평가를 해 교수에게 피드백을 준다. 이러한 상호 평가제도를 통해 평가 시스템을 더욱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교수평가는 더욱 철저하다. 교수업적은 연구 교육 사회봉사 등으로 구분되는데 좋은 대학일수록 연구에 관한 가중치가 높아진다. 여기서도 단순한 논문 편수뿐만 아니라 질을 중시해 계량화하기 힘든 부분은 관련 교수의 의견을 수렴해 평가한다. 교수연구에 관해 너무 쉽게 계량화하는 한국 대학의 현실과 다르다. 이러한 1차 평가 자료를 다시 해당 교수들에게 알려 주고 피드백을 받은 후 봉급인상, 승진 등 최종결정을 하게 된다. 총장 학장 등 대학 행정가에 대한 평가도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선 많은 경우 총장과 학장이 교수들의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되지만 미국의 경우 총·학장 선출위원회에서 선출되기 때문에 총장이나 학장이 교수들에게 인기위주의 정책을 취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총·학장 후보는 대부분 본교 출신이 아니고 또한 교수출신일 필요도 없다. 누가 학교를 최고로 잘 발전시킬 수 있는가라는 평가만이 가장 중요하다. 대학평가를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우선 이상의 항목들을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 대학의 주체는 학생, 교수, 대학행정가이기 때문에 이들의 경쟁력 및 이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을 모두 평가항목에 넣어야 한다. 이상은 대학교육의 투입(input) 측면이고 산출(output)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취업률 및 어디에 취업했는가를 볼수 있는 취업의 질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재정,시설,산학협동 등 지원(support)분야를 포함시켜야 한다. 결국 '투입-지원-산출'이라는 경영학적 분석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모 일간지 등을 포함해 몇 개의 기관이 대학평가를 매년 발표하고 있는 데 대부분의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투입분야'에서 학생 및 총·학장 등 대학 행정가에 관한 항목이 부족하고 교수에 관한 항목은 많으나 연구의 질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산출분야'에서 취업률 및 취업의 질에 대한 평가가 빠져 있거나 낮은 가중치로 처리돼 있다. 셋째,'지원분야'에서 재정,시설 등에만 너무 중점을 두고 산학협동과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 등은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경쟁력의 핵심은 경쟁이고 올바른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평가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잘못된 평가제도는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된다. 대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잘못 제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쓸데없이 시간과 돈을 낭비하기도 한다. 어떤 대학에서는 평가준비를 위해 수억원의 예산을 쓰고, 나아가 심사위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극진한 대접을 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평가모델을 제대로 만든다면 이러한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