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부시의 장관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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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대통령이 나라의 중심 축 역할을 하기 위해 얼마나 뛰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지율이 50%를 넘지 않는데도 수없는 행사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반(反) 부시 진영에서 보면 염증이 날 정도로 자주 국민들 앞에 등장한다.
그는 집권 2기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할 사회보장제도 개혁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주지시키기 위해 앞으로 두 달간 미국 전역을 돌아다닐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딕 체니 부통령, 존 스노 재무장관을 포함한 내각은 물론 백악관 보좌관들까지 총동원된다. 그들의 출장 일정은 재무부 안에 설치된 '전쟁 상황실'(War Room)에서 짠다.
전쟁상황실이란 이름에서 정책 홍보를 위한 비장감이 느껴진다.
백악관이 언론의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대통령과 국민이 대화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는 것을 보면 한국의 옛 군사정권보다 더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시 대통령은 장관의 진퇴나 신임 여부도 대화창구인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즉각 즉각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한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직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이라크 전쟁 수습 부진과 신설된 국토안보국과의 예산갈등문제 등으로 여론의 사퇴압력을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문제가 불거지자 곧바로 언론에 직접 등장해 신임을 수차례 강조, 럼즈펠드 장관을 구해냈다.
럼즈펠드 장관이 여론의 뭇매를 받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빠지기 전에 살려낸 것이다.
요즘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부인의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의혹을 벗어나더라도 부총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만큼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이쯤에서 임명권자가 분명한 입장을 직접 밝혔으면 한다.
언론 인터뷰를 활용하거나 언론이 찾아가는 행사장에서의 공식 논평 등을 통해 국민들을 직접 설득할 필요가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인기가 별로 없는데도 국정 수행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때를 놓치지 않고 수시로 국민들과 직접 대화하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