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상장유지비용'이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성장동력을 약화시킨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기업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양축인 배당과 자사주매입 규모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들의 배당과 자사주매입 합계액은 15조9천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14조9천억원) 대비 6% 이상 증가한 것이며,지난 2002년(10조4천억원)에 비해서는 무려 52%나 급증한 규모다. 작년 국내 상장사 순이익(47조9천억원)의 약 3분의 1이 주주가치 제고 명목으로 사용된 셈이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도 지난해 3조8천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고,1조5천억원이 넘는 배당을 실시키로 공시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10조7천억원)의 절반을 상장유지 비용으로 쏟아부었다.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배당과 자사주매입을 이처럼 크게 늘린 것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이 첫 번째 이유다. 하지만 외국인의 고배당·자사주매입 압력 등 경영권 간섭이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를 늘리는 측면도 적지 않다. 실례로 SK텔레콤은 2004년도 배당금을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7천5백82억원(특별배당 포함)으로 책정했지만 지난달 미국에서 가진 기업설명회에서 외국인 주주로부터 배당확대 요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펜하이머펀드 JF에셋 등을 외국인 주주로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도 이들을 의식,작년 순이익(3백67억원)의 2배 이상인 8백9억원을 배당키로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배당과 자사주매입은 단기적으론 주가를 올리는 요인이 되지만,중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도 된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