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의 '품질경영'이 잇단 결실을 맺으면서 해외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성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대표 차종인 쏘나타가 미국 JD파워의 중형차부문 초기품질평가(IQS)에서 도요타 혼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신뢰성 평가에서 결함이 가장 적은 차로 꼽히자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현대차는 쏘나타 외에도 아반떼XD 싼타페 등 전체 차종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별 평가에서도 1백대당 결함 수 11건으로 렉서스 인피니티 등과 함께 공동 4위를 기록해 품질 개선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인정받은 '품질경영'


컨슈머리포트는 미국 최대 소비자단체인 미국소비자연맹이 지난 1936년 창간한 권위지.거의 모든 상품에 대한 성능·안전도·가격 등을 직접 비교해 일반 소비자에게 구매 가이드를 제시,소비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매체다.


특히 차량가치와 안전성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현대차는 4∼5년 전까지만 해도 이 잡지로부터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사를 제치고 쏘나타가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은 것은 정몽구 회장의 '품질 경영'을 토대로 2001년부터 신차개발 과정에서부터 최고의 품질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온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개발과정부터 품질 확보


현대차 품질본부에는 양산 품질과는 별도로 선행개발 품질을 담당하는 조직이 있다.


통상 24개월 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신차가 나오면 5∼6단계에 걸친 신차품질 검사를 따로 실시한다.


신차 품질을 논의하는 평가설명회에서는 온갖 문제점들이 제기된다.


애초 설계에 문제점이 있으면 연구소가 책임지고 이를 바로잡아야 하고 부품의 질이 떨어지면 구매본부가 책임져야 한다.


조립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면 생산관리쪽에서 신차 출시가 늦어지는 데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시험차(파일럿)를 한두 대 만들었던 데 반해 최근에는 대여섯대 이상의 시험차를 제작하는 게 관례처럼 됐다.


신차 개발비가 수백억원씩 추가로 들어간다.


신차 품질에 대한 평가 결과는 시차 없이 정 회장에게 보고된다.


◆품질확보 안되면 양산도 연기


초기에 완벽한 품질을 구축한 뒤 양산 투입하다 보니 신차가 출시되는 시점이 늦어지는 게 예사다.


기아차는 3월초 출시키로 했던 프라이드(리오 후속모델)의 출시 시기를 한달 가량 늦췄다.


기아차는 정 회장의 보완 지시를 받고 각종 계기판과 조작 레버의 편의성 등 세심한 부분까지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 점검 중이다.


현대차도 4월 출시키로 했던 MC(베르나 후속모델)의 출시 시점을 8월로 늦췄다.


해외 공장에서도 초기 품질을 구축하기 위해 6개월 이상 시험 생산기간을 두고 있다.


작년 6월 시험 생산을 시작한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은 오는 5월에야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무려 11개월간의 품질 안정기간을 둔 셈이다.


앨라배마공장은 초기 품질을 확보하고 양산에 들어가면서 조립 라인의 생산성도 크게 향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 회장은 품질평가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볼트의 죄임 정도(토크)까지 균일해야 완벽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며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고객에 완벽한 차를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