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 한국경영자총협회 강연 ]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요소가 '품질'에서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품의 품질은 어느제품을 사든 엇비슷하다는 생각이 소비자들의 마음에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디자인을 소흘히 하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


레인콤의 '아이리버 MP3플레이어'의 디자인을 전담한 이노디자인의 김명세 대표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최근 연 최고 경영자 연찬회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이같이 주장했다.


◆소비자를 감동시켜야 물건이 팔린다=몇년 전 어버이날에 아들에게 선물을 받았다.


아들이 쿠폰 몇장을 손으로 그려 선물을 했다.


쿠폰을 돌려주면 집안일을 돕겠다는 게 아들의 의도였다.


쿠폰에는 '설거지 하기(만기는 2주)''청소하기(만기 2주)''카 워시(만기 3주)' 등의 문구가 써 있었다.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마지막 쿠폰이었다.


'사랑하기(만기는 영원히)'라고 써 있었다.


아들의 선물로 결코 많은 돈을 들인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선물이 불러일으킨 감동은 평생 못잊을 정도였다.


이 사건 이후 히트상품은 '감동'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나는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이를 디자인에 응용했다.


최종 소비자가 어떤 디자인을 보면 감동을 느낄까,놀라워하고 신기해 할까를 생각했다.


일단 타깃을 분명히 했다.


MP3플레이어를 디자인 할 때는 젊은층을,냉장고를 디자인할 때는 주부를 생각했다.


일반적인 디자인 업계의 트렌드는 무시하고 타깃 소비자의 취향에만 집중했다.


디자인의 초점을 바꾸자 히트작이 쏟아졌다.


레인콤의 아이리버 MP3 디자인이 나온 것도 이 때부터다.


◆소비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상품을 만들어라=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제품의 이미지가 사람의 성격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의 디자인을 'CUPI'(creating user's personal identity)로 요약할 수 있다.


소비자는 디자인을 통해 자기의 성격,개성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마니아들은 제품 자체가 제2의 자아라고 믿어버린다.


제품을 디자인 할 때는 소비자의 이같은 속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빨리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모델이 나오는 속도만큼 디자인이 빨라야 소비자 마음의 변화에 속도를 맞출 수 있다.


◆디자인이 기업의 질을 바꾼다=중국이 싼 물건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걱정하는 회사들이 보통 사용하는 방법은 기술개발을 통해 높은 품질의 제품군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리스크가 따르지만 제품개발에 성공하면 한동안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높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 문제다.


경쟁업체의 기술개발 속도에도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디자인 개발에 주력한 회사는 사정이 다르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구축한 브랜드는 구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고 추월당할 염려도 없다.


연매출 80억원에 불과했던 레인콤이 디자인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연매출 6천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 그 증거다.


한국기업들은 '디자인력'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의 제품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제품에 영혼을 불어넣는 작업인 '디자인'에는 그다지 능하지 못하다.


한국기업들이 디자인력을 좀 더 키운다면 향후 세계기업과의 무역전쟁에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