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각국의 베스트셀러를 봤더니 미국에선 남녀문제 조언같은 인간관계,영국에선 '사랑에 빠진 왕세자비' 등 유명인의 사생활,프랑스에선 자국 저자의 책만 읽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10년 뒤인 지난해 아마존의 나라별 베스트셀러를 분석한 결과 미국에서 정치 관련 논픽션이 더 팔린 걸 빼곤 비슷했다는 소식이다. 국민성과 시대상황이 독서 경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인 셈이다. 베스트셀러라는 말은 1897년 미국의 잡지 '북맨'이 전국적으로 잘 팔리는 서적을 조사·발표한 데서 비롯됐고,국내에선 54년 정비석의 '자유부인'이 히트하면서 생겼다. 미국에선 '스포크 박사의 육아전서'와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국내에선 '운전면허 학과시험 문제집'과 이문열의 '삼국지'(전 10권)가 가장 많이 팔렸다고 한다. 베스트셀러는 대중의 관심과 사회상을 반영한다. 우리의 경우 50년대엔 사전류와 문법책,60년대엔 번역서와 명사에세이,70년대엔 산업사회 그늘을 다룬 호스티스소설과 사회소설이 주도했다. 80년대엔 사회과학서와 시집이 주축이 됐고,90년대부터는 역사에서 소재를 따온 실화소설과 인문교양 경제·경영 건강 등 실용서로 다변화됐다. 외환위기 이후 줄곧 변화와 자기계발에 관한 책이 늘어났고 지난해엔 부동산투자를 비롯한 재테크 관련서와 '다빈치 코드'같은 팩션(Faction,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결합한 소설)류가 대박을 터뜨렸다. 베스트셀러의 판매량 또한 60년대 3만부 정도에서 70년대엔 10만부로 늘었고 80년대엔 밀리언셀러가 탄생했다. 그러나 밀리언셀러 등장에 따라 책의 내용보다 광고와 마케팅에 의존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좋은 책도 광고 없이는 안팔리고 결과적으로 양서 출판이 둔화되는 경향마저 보인다. 프랭크 모트는 베스트셀러의 요소로 3T와 3S를 꼽았다. 3T는 시의성(Timing) 주독자층(Target) 제목·표지(Title),3S는 성적(Sexual) 감상적(Sentimental) 선정적인(Sensational) 것을 뜻한다. 베스트셀러는 모든 출판사와 저자의 꿈이겠지만 한순간 붕 떴다 사라지는 패스트셀러(Fastseller)가 아닌 스테디셀러 제작에 힘썼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