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귀로 교수(53·전자전산학과)가 국내 간판 민간기업 연구소인 LG전자기술원 원장으로 최근 취임했다.


이 신임 원장은 지난 1월 LG의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급)로 승진한 이희국 전임 원장의 후임으로 KAIST에서 파견 근무를 하게 된다. 그는 임기 3년의 부사장급으로 임명됐다.


현직 대학 교수가 장기간에 걸쳐 국내 민간기업의 원장으로 임명되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어려움에 직면해있습니다. 인구는 줄어들고 청소년들은 이공계를 기피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우리를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학교,연구소,기업체가 따로 움직여서는 이 같은 상황을 이겨낼 수 없다"며 "앞으로 산·학·연 협력 체제 구축에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대학의 연구소는 기업의 기초연구소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벤처 창업을 지원할 수 있다"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초연구를 대학과 연계해 공동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이제 기업연구소도 기술융합시대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분파주의 벽을 허물고 퓨전기술을 찾아내는데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자정보시스템 가운데서도 특히 유비쿼터스 컴퓨팅에 맞춘 초소형 미세정보시스템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7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거쳐 83년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귀국해 86년 말까지 금성반도체 기술부장을 맡으면서 LG와 인연을 맺었다.


86년부터 KAIST로 옮겨 전자공학과 교수를 지내면서 97년에는 한국과학재단 지원 우수공학연구센터(ERC)인 미세정보시스템 연구센터의 소장을 맡기도 했다.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 프로그램의 기획 및 유치 등에 기여한 공로로 98년에 KAIST 공로상을 받았다. 2003년에는 무선통신을 할 수 있는 동전만한 크기의 미세 원격정보시스템을 개발,세계적인 전자공학분야 저널인 IEEE에 발표하기도 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