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없이 왔다가 이임식 없이 물러난 경제수장(首長).' 지난해 2월 11일 별도의 행사 없이 곧바로 간부회의를 소집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던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7일 오전 김경호 재경부 공보관을 통해 언론과 직원들에게 사임메시지를 전하고는 곧바로 과천청사를 떠났다. ○…김 공보관은 이날 오전 10시께 브리핑실에 나와 "오늘 중으로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부총리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예고한 뒤,점심시간을 10여분 앞두고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이 부총리가 사의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날 오후 브리핑실을 찾은 김광림 재경부 차관은 "저는 입이 없습니다"라며 침울한 심경을 내비쳤다. ○…재경부는 8일부터 예정된 부총리의 공식일정은 모두 김 차관이 대신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당초 8일 오전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리는 국무회의와 서비스산업 관계장관회의에 이어 10일 책임장관회의,11일 경제정책조정회의 등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 부총리의 사표가 청와대로 제출된 것은 7일 오전 11시쯤.김광림 차관이 사표를 들고 김우식 비서실장실을 방문했다. 김 실장은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 중이었다. 정오 가까운 시각,회의가 끝난 뒤 김 실장은 바로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1시50분쯤 기자간담회에서 '수리방침'을 전했다. 청와대가 가장 곤혹스러워 한 부분은 "경제정책의 기조유지 차원에서 국민과 언론에 이해를 구한다면서 갑자기 사표를 수리한 배경이 뭐냐"는 질문이었다. 김 대변인은 "더 밝힐 내용이 없다"고만 되풀이했다. 청와대측은 이 부총리가 사퇴 표명에 앞서 청와대와 사전 조율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교환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고만 답변했다. 정책의 연속성은 물론 이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청와대는 후임자를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지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