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귀 모양의 맥도날드 입간판은 한번 보기만 해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런 강렬한 인상만큼이나 맥도날드의 햄버거는 미국인은 물론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 잡는다. 1백20여개국에 진출해 있는 1만5천여개 매장이 이를 증명한다. 소련과 동구권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멸망하면서 제일 먼저 상륙한 점포도 맥도날드였다고 하니 그 위력을 짐작할 만하다. 맥도날드에서 판매되는 메뉴 중 대표적인 것은 빅맥이다. 품질 및 크기,재료가 표준화 돼 있어 세계 어디에서나 그 맛이 똑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별로 가격을 비교하기가 가장 쉬운 게 빅맥이다. 이 점에 착안,영국의 경제전문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986년부터 분기별로 빅맥 가격을 기준으로 각국의 구매력과 물가수준을 측정해 발표하고 있다. 이른바 '빅맥지수(Big Mac Index)'라고 하는 것이다. 버거노믹스(햄버거 경제학)로도 불리는 이 지수는 환율의 적정선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패스트푸드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판매량이 위축되고 가격할인이 빈번해지자 적정환율을 비교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 대안으로 사용되는 재화가 스타벅스 커피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카페라테다. 이외에도 하인즈케첩 기네스맥주 롤렉스시계 등이 비교지수로 사용되곤 한다. 세계적으로 잘 팔리는 명품이어야만 비교지수의 반열에 오르게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애니콜'도 빅맥지수처럼 비교지수로 사용됐다. 세계적인 경제전문지인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주말 아비트리지(차익거래) 코너에 애니콜의 아시아 국가별 가격을 비교하는 기사를 실은 것이다. 마침 국내는 물론 하버드대학에서도 '삼성신화'가 사례연구로 관심을 끌고 있는 때여서 더욱 의미가 있는 듯하다. 이번 '애니콜지수'는 우리 상품도 국제적 명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다. 앞으로 많은 우리 제품들이 아시아만이 아닌 세계 각국의 물가수준까지도 비교하는 지수로 사용되기를 기대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