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시근로자 가구의 가계빚 부담을 나타내는 소득 대비 부채상환비율이 지난 2000년 이후 4년 만에 처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내수부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가계부채 문제가 고비를 넘겨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7일 통계청과 민간 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근로자 가구의 부채상환비율은 23.5%로 2003년(23.9%)에 비해 0.4%포인트 하락했다. 가계 부채상환비율이 떨어진 것은 2000년 이후 4년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부채상환비율이 여전히 20%를 웃돌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악화일로를 치닫던 가계부채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99년 16.1%였던 도시근로자 가구의 부채상환비율은 2000년 15.4%로 소폭 낮아진 뒤 2001년(18.6%)부터 줄곧 오름세를 보이다 2003년엔 사상 최고치(23.9%)를 기록했다. 부채상환비율은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에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 등 전체 부채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빚부담이 줄어 가계의 소비여력은 커지게 된다. 부채상환비율 계산에 사용되는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가계소득에서 세금이나 공적연금 송금액 등 비소비지출액을 뺀 것이다. 지난해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2백72만3천원,월평균 부채상환금액은 63만9천원이었다. 이와 함께 2003년 처음 조사가 시작된 전국 가구의 부채상환비율도 2003년 21.8%에서 작년엔 20.9%로 0.9%포인트 낮아졌다. 도시근로자 가구 뿐 아니라 전국 가구에서 소비여력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부채상환비율과 함께 가계대출 증가율(전년동기대비)도 지난 2003년 3·4분기에 한 자릿수(7.9%)로 떨어진 뒤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 정부의 재정조기 집행과 맞물릴 경우 내수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가계부채 연착륙이 민간소비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민간소비가 올해 본격 회복되려면 소비심리 확산과 함께 고용사정 악화나 소득양극화 등 구조적 제약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차질없이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