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의 여파로 사회구성의 기본 단위인 '가정'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동시에 가정해체로 제때 교육을 받지 못해 한글조차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하는 학습부진아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또 보험금을 노리고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패륜 사건도 속출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기나긴 불황과 소득 양극화 등의 영향으로 몰락하는 중산층이 늘고 서민층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면서 돈만이 희망의 원천이 되는 이상한 풍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며 "인간과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사회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버려지는 아이들=보건복지부는 7일 '위탁가정'에 맡겨 길러지는 어린이 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위탁가정에서 양육하는 아동은 사업 첫해인 지난 2000년 1천7백72명에서 2001년 4천4백25명으로 늘었다. 이어 2002년 5천5백77명,2003년 7천5백65명,2004년 1만1백98명(누계)으로 증가했다. 장기 불황의 여파로 친부모에게 버림받거나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이가 그만큼 늘고 있다는 얘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위탁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위탁아동 상해보험 가입,가정위탁지원센터 확충,전문인력 보강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등학생 문맹도 증가=가정 붕괴 등으로 한글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하거나 셈을 못하는 초등학생이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교육청은 한글 읽기나 쓰기,덧셈,뺄셈 등 기초학습이 부진한 서울지역의 4∼6학년 초등학생(매년 3월 말 기준)은 △2002년 1만7천1백53명(4.6%) △2003년 1만7천6백77명(4.7%) △2004년 1만4천4백21명(3.9%)에 달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4∼6학년 초등학생 1백명 중 3명은 한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거나 덧셈·뺄셈을 할 줄 모른다는 얘기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혼 급증 등 가정 붕괴와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인해 예전처럼 자녀 학습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가정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급증세 패륜 범죄=보험금 때문에 부인과 자녀들을 청부 살해하려 한 가장(家長)에 이어 어머니와 짜고 인터넷 심부름센터를 통해 대학교수인 아버지를 죽이려 한 아들이 나오는 등 '가족 청부살해'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7일 지방 K대 교수로 재직 중인 아버지(51)를 살해하면 1억5천만원을 주겠다며 살인을 의뢰한 혐의(존속살해 예비ㆍ음모)로 김모씨(24)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어머니 박모씨(49)가 다단계 판매 사업 실패와 카드 빚으로 8천만원 상당의 빚을 지게 되자 남편 명의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살인을 청부하자 어머니를 대신해 심부름센터측과 범행 시기와 방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어머니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지난 2월 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편 김씨의 아버지는 "내 아들이 그랬을 리 없다"며 서울동부지법에 아들의 무죄를 주장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달에는 보험금을 노리고 사촌 올케로부터 소개받은 심부름센터 직원에게 돈을 주고 남편을 죽이게 한 20대 여인이 붙잡혔다. 김혜수·송형석·정인설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