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FTA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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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협정(FTA) 등 국내시장 개방에 따른 제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유도하기 위한 이른바 무역조정지원법안과 제도를 정부가 검토하는 모양이다.
산자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무역자유화 조치로 직접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기업 중 구조조정 계획이 있는 기업 또는 해당 기업의 근로자가 그 지원대상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하면 농업이 연상되지만 FTA 대상국이 어디냐에 따라 제조업에서의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구조조정의 인프라 확충은 필요한 일이다.
경제이론적으로 FTA는 무역뿐 아니라 투자 촉진,자원배분의 효율성 향상,경제성장 촉진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
이는 많은 실증연구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가끔 FTA효과에 대해 실망스러운 실증연구도 나와 개방 반대론자들의 중요한 논거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경우 당사국들이 불리한 것들은 서로 제외하면서 FTA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협정을 만든 데서 비롯됐다고 보면 십중팔구 맞다.
어쨌든 우리나라와 칠레간 FTA 발효 1년간의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는 것은 다행이다.
어렵게 성사된 첫 FTA효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면 그것처럼 곤혹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다.
FTA 지각생이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탓이 크지만 여기엔 전술적 이유도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정국에 초점을 두고 접근하다 보면 특정 이해집단이 부각돼 FTA가 지지부진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그러니 아예 여러 국가와 동시에 추진,이해득실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면 갈등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만큼 대내협상이 대외협상보다 더 어려운 게 우리 정치현실이다.
사실 칠레도 그 점을 감안해 선정됐었고(그럼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말았지만),싱가포르 역시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우리는 아직도 시범적 FTA를 학습하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FTA의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데만 골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하다간 FTA의 실질적 이익을 많이 기대하기도 어렵다.
단기적으로 무역적자가 예상돼도 우리 경제와 산업구조의 선진화에 도움이 되는 FTA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FTA의 긍정적 효과를 '최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자는 말이다.
무역뿐 아니라 투자,자원배분의 효율성,경제성장 촉진 등 정말 개방을 통해 우리 경제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면 특히 그렇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미국 EU 일본 중국 ASEAN 등 거대·선진 경제권과의 FTA를 피해선 안된다.
우리나라 전체 무역의 90%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 이들 5개 국가군이고 보면 실질적인 FTA효과는 여기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큰 FTA효과를 기대하려면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경쟁력있는 산업이나 기업은 더욱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그게 바로 경쟁효과이고,이는 자원배분의 효율성에 직결된다.
무역조정지원법의 의미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막상 국회에 가서는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법 자체가 누더기가 돼버리는 것은 아닌지,피해 판정은 객관적일 수 있을지,정말 구조조정 의지가 있는 기업들이 지원대상이 돼야 함에도 그렇지 않은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만 조장하는 꼴이 되는 것은 아닌지 등등.농업의 교훈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논설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