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의 지난 회계연도 배당금이 모두 10조원에 달해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한다. 기업들이 장사를 잘 해 주주들에게 많은 배당금을 나눠준다고 하니 반가운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에서 우려가 없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상장사 배당금이 급증한 것은 기업경영실적이 크게 호전됐음을 뜻하는 동시에 주주중시 경영이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대단히 바람직하다. 배당률이 높으면 배당투자와 장기 투자를 촉진할 수 있고 주식인구 확대 및 증시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특히 이번의 경우 상장사 평균배당수익률이 4.31%에 달해 정기예금 평균금리(3.75%)를 크게 웃돌고 있는 만큼 그런 기대가 더욱 크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배당률이 지나치게 높으면 재투자 재원이 고갈되면서 성장잠재력이 손상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외환위기를 맞았던 지난 97년에 비해 배당금규모가 10배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이런 우려는 결코 기우로 보기 어렵다. 특히 최근의 배당금 급증은 수익률을 중시하는 외국인들의 요구에 밀린 측면이 강하고 이로 인해 국부유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더욱 그러하다. 평균지분율 42%대인 외국인들이 전체 배당액의 절반을 가져간다는 사실에서 이들의 배당압력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주주가 높은 배당을 요구하는 것을 나쁘다고는 할 수 없고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액 비율)측면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20%대에 그쳐 40%를 웃도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아직 낮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장사들이 배당금과는 별도로 주가유지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도 연간 6조∼7조원 가량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소위 상장유지비용이 결코 가볍다고는 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때문에 상장사들이 실력 이상으로 배당금을 지급하거나 그 규모가 지나치게 빨리 늘어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상장사로서는 배당성향을 일정 수준에서 안정되게 유지해나가는 등의 방법으로 주주에 대한 보답과 재투자 재원 확보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배당금 10조원 시대를 맞은 지금이야말로 상장사들의 바람직한 배당전략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