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급작스럽게 떨어졌다. 이헌재 전 부총리의 후임으로 현 정부 내 대표적 개혁론자가 거론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오전까지만 해도 보합권을 지키던 주가가 한순간에 폭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주가 움직임에서 보듯 이 전 부총리의 퇴진을 바라보는 주식시장의 걱정은 한 가지로 집약된다. 이 전 부총리로 상징됐던 친(親)시장정책이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씨티그룹 유동원 이사는 "이 전 부총리가 분배보다는 성장에 무게를 두고 친시장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사퇴는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 박천웅 상무는 "가뜩이나 유가 환율 등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과 리더십의 불확실성이 더해졌다"고 우려했다. 이날 코스닥지수가 2.7% 하락하며 8개월 만에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은 바로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이 전 부총리가 작년 말 제시했던 벤처육성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세를 보여왔던 코스닥시장이 정책과 리더십의 불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도로 전환한 외국인 골드만삭스 김선배 전무는 "이 전 부총리는 외국인에게 시장과 성장 우선론자로 인식돼온 인물로 현 정부의 급진적 개혁성향을 희석시키는 상징성을 갖고 있었다"면서 "그의 퇴진으로 이 같은 정책의 일관성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외국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외국인들은 이 같은 기류를 반영,매도공세로 전환하는 추세다. 외국인은 지난달 28일 이 전 부총리의 투기의혹이 처음 제기되자 다음날인 3월 2일부터 매수강도를 줄이더니 이후 4일 연속 순매도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은 후임 경제부총리의 성향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CSFB 조셉라우 연구원은 "청와대가 급진적인 성향의 후임자를 선임하지 않고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가져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불안한 코스닥시장 코스닥시장은 이 전 부총리의 정책방향에 수혜를 본 게 사실이다. 작년 말 벤처육성 정책을 발표한 뒤 코스닥시장은 500선을 뚫고 올라가 종합주가지수 1000시대를 여는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그런 만큼 이 전 부총리의 퇴진은 코스닥시장에 강한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최근 시장을 떠받치는 주체가 개인투자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코스닥시장의 급락은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냉랭해졌다는 것을 나타낸다"며 "후임자가 결정되고 정책기조가 확실해질 때까지 코스닥시장이 방향을 잡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이날 주가 급락에 대해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사태가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진 못하지만 한국증시가 레벨업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후임자가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시장의 상승추세는 당분간 꺾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