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과 증권 은행 투신 등 기관투자가의 주식매도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이후에만 1조4천억원이 넘는 매물을 내놓으면서 주가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관들이 작년 10월이후 매수한 주식이 올들어 급등하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관들이 증시가 올 연말까지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종합주가지수가 970~980선까지 조정을 받을 경우 다시 주식매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 기관 매도세는 조만간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순매도하는 기관 기관은 8일 거래소시장에서 37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들이 주도하는 프로그램 매매가 이날 1천86억원의 순매수를 나타낸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1천억원 이상의 순매도를 한 셈이다. 기관의 매도세는 지난달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관은 작년 10월 2천4백억원의 순매수를 보인 것을 시작으로 △11월 7천2백억원 △12월 1조4천3백억원 △올해 1월 2백억원 등 넉 달 연속 순매수세를 유지해오다 2월에는 1조1천4백억원의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이달 들어서도 2천6백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연·기금과 투신의 매도 규모가 크다. 연·기금은 2월부터 이날까지 6천3백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투신도 6천억원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증권사도 같은 기간 1천9백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 왜 파나 기관 매도의 원인으로는 먼저 차익 실현이 꼽힌다. 김경태 사학연금 주식운용팀 과장은 "올들어 주가 급등으로 작년 말 대비 20∼30% 수익이 난 종목들이 속출해 연·기금 등 기관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프로그램 매물이 급증한 것도 기관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특히 선물시장에서 선물가격이 현물(주식)가격보다 낮은 백워데이션이 발생하자 투신과 연·기금의 인덱스펀드가 종전에 보유하던 주식을 팔고 선물로 갈아타면서 기관의 매물이 많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또 3월이 증권사들의 결산기라는 시기적 요인도 있다.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사 등 3월결산법인들이 결산기를 맞아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지 못하고 차익 실현에 집중하면서 주식 매수보다는 매도가 우위를 보이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4월 이후 재매수 나설 듯 전문가들은 지수가 1,000선 주변에서 움직일 경우 기관의 매도세는 더 이어질 공산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 과장은 "주가가 지금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기관은 주식 비중을 크게 늘리지 않고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대형주의 1분기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4월 중순까지는 관망세를 유지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다만 유가 급등과 계속되는 원화 강세 등 악재들의 부각으로 증시가 조정국면에 접어들면 기관의 매수 재개 시점이 더 앞당겨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장 사장은 "종합주가지수가 970∼980선으로 빠지면 기관은 다시 주식 매수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