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후폭풍'에 가장 민감한 투자주체는 역시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8일 장초반 순매수로 출발했다. 오전 10시께는 2백40억원어치를 순매수,일간 지속된 매도세가 멈추는 게 아니냐는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외국인은 정오 무렵부터 갑작스레 매물을 쏟아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후임으로 현 정부내 대표적 개혁론자가 거론되고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후 외국인의 매도규모가 확대되면서 오전까지 보합권을 지키던 주가는 한순간 급락했다. 외국인이 매도에 나선 것은 이 전 부총리로 상징됐던 친(親)시장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감의 반영이었다. 이 전 부총리가 분배보다 성장에 무게를 두고 친시장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개혁론자의 등장은 시장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게 외국인의 판단이다. 모건스탠리 박천웅 상무는 "국제유가와 환율 등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리더십의 불확실성이 더해져 투자심리가 급랭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도로 전환한 외국인 외국인은 이 전 부총리가 사임압력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이 전 부총리가 사과문을 발표한 지난 3일부터 매물을 내놓기 시작,이날까지 4일 연속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지난 1월 8천5백억원어치,지난달 1조4천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증시를 받쳐온 외국인이 태도를 바꾸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다. 다행히 1천억원이 넘는 프로그램순매수가 유입되면서 1,000선을 회복한 채 장이 끝났지만,외국인의 매도우위는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는 게 분명하다. CSFB 조셉 라울 연구원은 "청와대가 급진적 성향의 후임자를 선임하지 않고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가져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이 전 부총리와는 달리 분배우선론자가 임명될 경우 시장은 상당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난기류에 빠진 코스닥시장 코스닥시장이 단기간에 500선을 뚫은 것은 이 전 부총리의 벤처육성 정책 덕분이다. 그런 만큼 이 전 부총리의 퇴진은 거래소시장보다 코스닥시장에 더욱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가 2.7% 하락하며 8개월 만에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게 이를 말해준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신임 경제부총리가 결정되고 정책기조가 확실해질 때까지는 코스닥시장이 방향을 잡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이날 주가 급락에 대해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단기급등해 시장의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이 전 부총리의 사임이 조정의 구실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헌재 후폭풍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못하지만 한국증시가 레벨업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후임자가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시장의 상승추세는 당분간 꺾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