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브리지 산업 ‥ 고홍식 <삼성토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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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홍식 < 삼성토탈 사장 hs.ko@samsung.com >
흔히들 석유화학산업을 대표적인 '굴뚝산업'이라고 한다.석유화학공장을 보면 굴뚝처럼 보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굴뚝모양을 갖춘 설비의 실체는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반응기인 데도 말이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하면 '공해산업'이니 '에너지 다소비형 저부가산업'이니 하는 얘기도 따라 붙는다.
그러나 화학산업은 '친환경산업'이며 '에너지 절약형 고부가산업'이고 첨단 정보기술(IT)산업과 동반 발전을 꾀할 수밖에 없는 '브리지(Bridge)산업'이다.
일찍이 석유화학제품이 개발돼 천연소재를 대체하지 않았다면,환경파괴와 자원고갈로 인류생존이 크게 위협받았을 것이다. 극단적인 예로 인도의 전 인구가 우리가 항상 쓰는 화장지를 사용한다면 1년 만에 캐나다 전 삼림이 황폐화된다고 한다. 하노버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료 농약의 사용으로 지난 30년 간 곡물생산량은 3배가 증가했으며,농약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쌀은 83%,옥수수 60%,밀 52%의 생산량이 감소된다고 한다.
일본의 한 연구보고서는 종이류 포장재는 플라스틱(폴리에틸렌)에 비해 이산화탄소는 4.8배,질소산화물은 11.9배,아황산가스는 2.8배나 더 배출하는 것으로 분석돼 상대적으로 석유화학제품의 친환경성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석유화학산업이 '에너지절약형 고부가산업'이라는 점은 그만큼 에너지절약의 여지가 많고 전자·자동차 등 관련산업의 고부가화가 이루어질수록 그 소재를 제공하는 화학산업의 고부가화는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다소비업종'이라는 말은 투입 에너지 대비 부가가치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여기에는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에너지만 비효율적으로 많이 쓰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국내 화학공장의 대부분은 단위제품생산에 소요되는 에너지의 투입량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열악하지 않다. 오히려 에너지 원단위 자체는 이미 세계적으로 앞선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러한 에너지절약 노력은 곧 비용절감 뿐 아니라 환경보호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효율향상으로 덜 쓰고 덜 태우고 덜 돌린다면 이것이 곧 자원절약도 되고 환경보전의 지름길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화학산업이 사양 굴뚝산업이 아니고 '브리지산업'이라는 말은 정보통신,반도체,전자,자동차 등 첨단산업을 연결하는 소재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들 산업의 발전은 화학산업 없이는 불가능하다. 선진국의 경우 전통산업인 화학산업과 첨단산업인 IT산업이 조화를 이루며 공동 발전해 가고 있는 이때,우리 나라도 첨단 IT산업과 브리지 역할을 하는 화학산업의 동반 발전을 위한 국민적 인식전환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