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0:38
수정2006.04.02 20:41
경기도 성남시 둔전동 서울공항 주변은 집값이 불안하거나 수도권 규제완화가 거론될 때마다 개발 대상지로 떠오르는 곳이다.
그래서 부동산 전문가들과 정부 관련 부처에서는 '항상 개발 뇌관을 안고 있는 땅'이라고 부른다.
9일 서울공항 주변의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어느 때보다 바쁜 모습이었다.
전 날 김한길 열린우리당 수도권발전대책특위 위원장이 '서울공항 이전논의 가능'을 언급한 후 이 일대 땅주인들과 매수 희망자들의 전화가 하루종일 쇄도했기 때문이다.
성남시 오야동 이레부동산 홍순오 대표는 "비행장이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매물을 찾는 사람들과 일단 내놓았던 매물의 호가를 올리려는 땅주인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매물 회수 조짐
서울공항 주변이 신도시(성남시 도시기본계획상 둔전신도시)로 개발될 경우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은 성남시 수정구 둔전동·오야동·시흥동·신곡동·신촌동 일대다.
이 일대는 대부분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묶여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이 일대 땅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일 움직임이다.
개발이 가시화되면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땅주인들은 평당 1백만원 이하의 땅에 대해선 10만원 안팎,1백만원을 넘는 땅에 대해선 30만∼40만원 가량 호가를 높여 다시 내놓고 있다.
매물은 최소 5백평 이상 땅이다.
그린벨트 지역이라서 토지분할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1백∼2백평짜리 주말농장용 토지를 찾는 사람들은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수진동 용꿈공인 관계자는 "사겠다고 물어보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 자체가 워낙 귀한데다 땅덩어리도 큰 편이어서 거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린벨트도 평당 1백만원 호가
서울공항 인근지역의 땅값은 농지라 해도 평당 1백만원선이다.
목이 좋은 관리지역 대지의 경우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도 최고 5백만∼6백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그린벨트 지역 중에선 거의 전국 최고 수준이다.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주택을 신축할 수 있는 농가의 경우 최소 평당 3백만원을 넘는다.
이마저도 매물이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서울공항 주변에서도 수용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경우 평당 30만원짜리도 나와있다.
항상 개발 뇌관을 안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투기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각종 규제로 묶여있어도 가격은 꾸준히 강보합세를 보여왔다는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중개업소에선 이 일대 토지 중 20∼30%가 최근 수 년간 외지인들로 손바뀜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진동 유명공인 관계자는 "수년 전만 해도 평당 수십만원에 불과했던 땅이 판교 바람이 불면서 한 차례 급등했다가 둔전신도시 개발 얘기가 나오면서 다시 한번 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양치기 소년', 냉소적 반응도
서울공항 이전 문제가 또다시 불거진 데 대해 일부 주민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야동 제일공인 관계자는 "서울공항이 이전한다는 얘기는 연례행사처럼 등장하고 있다"면서 "판교 개발하는 데도 이렇게 큰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 판교보다 낫다는 둔전신도시 개발이 실제로 이뤄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수진2동 미래공인 관계자는 "서울공항 이전에 대해선 말만 많을 뿐이지 실제로 개발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여수동 행정타운 근처나 성남동 일대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둔전동의 한 주민은 "이곳 주민들 중에선 서울공항 개발 당시 땅이 강제수용돼 재산상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다"면서 "주민들은 둔전신도시 개발이 빨리 이뤄져 그 때의 피해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