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본주의 원리와 정신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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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식 < 한양대 금융경제학부 교수 >
최근 일부 심부름센터의 탈법적 영업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심부름센터 직원이 돈을 받고 영아를 납치하고 어머니를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는가 하면,대부분의 업체에서 채권 추심이나 개인정보 수집,사생활 추적에 이르기까지 돈만 주면 무슨 일이든지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보험금을 타기 위해 배우자를 살해한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자신의 처를 피보험자로 해 사망시 수십억원을 수령할 수 있는 여러 개의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계약을 체결한 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후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으며,보험금을 노리고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경우도 있다.
보험사기는 거액채무로 고통받는 빈곤한 사람들만의 소행도 아닌 것 같다.
모 교회 목사이자 내과 원장이 질병보험에 가입한 교회신도 및 보험설계사 등 수백명과 공모해 이들에게 허위 입원치료확인서를 발급해줌으로써 수십개 보험회사로부터 수십억원 상당을 편취하게 했던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우리나라 경제가 자본주의 사상 위에 세워져 있지만 자본주의의 정신을 망각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우리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경제사상은 기계와 같은 자본재를 많이 생산해 축적하는 것이 국부 증대의 첩경이라는 이른바 '자본주의' 사상이다.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는 기업의 이윤 극대화다.
기업이 이윤을 얻어야만 기계 설비나 공장설립,즉 자본을 확충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더 많은 상품을 생산해 소비자들의 경제생활을 풍요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상가들이 자본가들에게 근검절약하는 삶을 살도록 권고하는 이유도 이윤으로 저축해 투자,즉 자본축적을 하기 위해서다.
원래 자본주의 사상은 자본가를 비롯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삶의 과정에서 하늘이 명한 일생의 업(業),즉 자기에게 주어진 소명을 충실히 완수함으로써 사후에 자기의 영혼을 구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우리 모두 자기의 소명,보다 구체적으로 직업을 통해 이웃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심부름센터 직원들도 심부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웃에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 때 '이웃에 대한 봉사'를 자본주의 정신이라고 부른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개인의 이익추구행위가 국가경제 전체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이웃에 대한 봉사'라는 '자본주의 정신'이 전제돼야 한다.
이를 망각한 채 자본주의 원리에만 충실한 사람들은 손에 칼을 쥔 어린아이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해악적인 존재가 되어 자본주의 경제를 불행과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일부 심부름센터의 불법적 일탈이나 일부 사람들의 보험사기 등은 자본주의 원리에는 충실하지만 자본주의 정신을 망각한 행위다.
그것은 경제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와 언론에서 자본주의의 이윤극대화 원리를 가르치는 데만 치중할 뿐,이익을 추구하는 근본 목적은 '이웃에 봉사'하기 위해서라는 자본주의 정신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데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므로 학교와 사회에서 경제교육을 할 때 자본주의 정신에 대한 확실한 가치관을 심어주어야 하겠다.
물론 자본주의 정신을 가르치는 것만으로 불법적 경제행위를 모두 방지할 수는 없다.
불법 행위가 발호하지 못하도록 즉 불법행위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시스템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보험회사는 보험가입자가 갑자기 여러 개 보험회사에 거액의 보험에 가입하거나,소득에 비해 과도한 납입금을 부담하는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또는 단기간에 다양한 사고를 수차례 당해 거액의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 이를 즉각 인지해 보험가입자나 수익자의 불법적 의도를 파악해 보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jsonny@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