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잡는 데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 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국회) 3차회의에서 나온 중국 지도부의 혼선된 발언이 이를 보여준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중점 억제하겠다"(원자바오 총리),"주택 소비를 확대하고,이를 위해 재정 세무 금융 산업정책을 실시하겠다"(마카이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는 발언이 그것이다. 부동산 투기는 잡되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막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고민이 담겨 있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면적인 부동산 억제는 희박=중국 인민은행(중앙은행)의 저우샤오촨 행장은 9일 "부동산 담보대출 증가가 매우 빠르지만 국제 기준에 비춰볼 때 전체 은행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고 말했다. 중국의 부동산 담보대출은 지난해 35.2% 급증했지만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46%에 머물고 있는 것.그의 발언은 마카이 국가발전위 주임이 '2004년 국민경제사회발전계획'을 통해 "경제성장에서 소비가 일으키는 견인차 역할을 늘릴 것"이라며 주택 소비를 확대하겠다고 한 언급과 맥이 닿는다. 성장 잠재력이 큰 부동산을 급격히 억제할 경우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오는 2020년까지 3억5천만명이 새 집을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동산 수요 전망은 밝은 편이다. 부동산 대출 금리의 일률적인 인상도 오히려 금융권의 부실 여신을 증가시키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어 정부가 쉽게 휘두를 수 있는 카드가 안 된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투기는 잡는다=인민은행,국가통계국,모건스탠리,씨티은행 등으로부터 일제히 부동산 거품 지역으로 지목받은 상하이시는 전인대 개막 직전 부동산 투기상들을 급습했다.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판매했다는 가짜 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시장의 주택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 온 투기상들이 검거됐다. 실제보다 15배 수준인 ㎡당 11만위안(약 1천3백75만원)으로 허위 작성한 계약서도 발견됐다. 상하이시는 이어 지난 7일부터 분양받은 지 1년 미만의 주택을 파는 매도자는 매매 차익의 5%를 영업세로 납부하도록 했다. 중국에서 개인간 주택거래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하이시의 조치는 지도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원 총리는 올해 정부 업무 보고에서 "생산수단(원자재 등) 가격과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중점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언론은 부동산 거품을 잡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이틀 뒤 쩡페이옌 부총리는 "투자 목적의 부동산 구매를 중시하고 부동산 거품의 출현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지도부의 발언은 전인대 직전 발표된 지난해 부동산 가격 급등 소식과 맞물려 중국 안팎에서 부동산 거품 경고를 확산시키고 있다.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부동산(주택·오피스텔 기준) 가격이 지난해 14.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3년보다 10.6%포인트 높은 것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