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은 올해부터 돈을 빌려가는 기업들의 윤리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 윤리 경영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에는 대출금리를 0.2%포인트 깎아주고 있는 것.국민은행은 금리할인이 은행의 손해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윤리경영을 하는 회사는 이익도 많이 내고 각종 리스크를 감소시켜 대손충당금도 줄일 수 있기 때문.국민은행으로부터 대출받는 기업이 20만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이 할인제도가 윤리경영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은행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 9일 체결된 투명사회협약으로 기업들의 투명경영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LG 현대차 SK 등 4대 그룹 회장은 직접 나서서 정경유착,불투명한 기업경영,잘못된 회계관행 등을 타파해 투명경영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약속을 지켜본 국민들은 과거 '정경유착'으로 낙인찍혔던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는지를 눈을 부릅뜨고 감시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약이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투명경영은 이윤창출로 이어진다'는 새로운 경제원리를 배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들이 사회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끌려가기보다는 윤리와 투명성을 기업경영의 필수항목으로 보고 이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윤리경영이 기업들의 잘못을 눈감아주는 수단으로 사용되면 안 된다"며 "윤리경영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윤창출)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리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투명경영의 경제학'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았다. 미국 대기업의 경우 90% 이상이 기업윤리강령을 채택하고 있고 50% 이상은 기업윤리담당 임원까지 두고 있다. 유럽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수익과 정비례한다는 철학으로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로자베스 모스 캔터 교수는 "많은 경영학자들의 연구 결과 기업들의 투명경영,사회공헌 활동과 수익성 간의 비례관계가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도 최근 윤리경영 담당 부서를 신설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SK와 같이 지배구조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김석중 전경련 상무는 "9일 체결된 투명사회협약의 내용들은 기업들이 이미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이번 협약 체결은 기업들이 윤리경영 활동을 가속화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