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북한의 핵개발 및 6자회담 불참 선언은 중국 정부에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 국가들은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의 리자오싱 외교부장과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대화에서도 나타났듯이 중국 정부는 북한이 6자회담에 다시 나오도록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북한에 대해 강력한 압력을 가하는 일에는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김정일 북한 정권에 '채찍'을 들이대면 결국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하고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했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중국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비난 성명에 동참하고,3일간 대 북한 석유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중국은 보다 적극적인 대북 제재조치를 취하지는 못했다. 경제제재를 포함해 김정일 체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수록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중국 정부는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해왔다.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김정일 북한 정권은 외부 압력이 가해지면 어떠한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른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대북 경제제재로 인해 탈북자가 급증하고,동북아시아의 힘의 균형이 흐트러진다면 정치·경제적인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의 갑작스런 붕괴는 중국에도 엄청난 정치·경제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 및 6자회담 불참 선언을 계기로 중국도 더이상 소극적인 자세만을 견지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이번 선언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국 정부의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특히 이번 일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핵 개발 경쟁이 촉발돼 한국과 일본,나아가 대만까지 핵을 보유하려 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특히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마이클 그린 미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통해 후진타오 주석에게 친서를 보내 "북한이 리비아에 핵개발에 필요한 우라늄을 수출했다는 증거가 포착됐으며,따라서 중국 정부는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북한을 압박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 정세를 감안할 때 향후 중국은 '온건적 봉쇄정책(dovish containment)'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북핵 문제와 관련,가능한 온건적인 방법을 사용하겠지만 중국의 국가이익과 신뢰에 해가 된다면 보다 강경한 대북 조치들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 정부에도 북한에 대한 '유연성'을 가져달라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를 요구하려면 최소한 김정일 정권이 두려워하고 있는 '안보상 위협'을 해소시켜줘야 한다는 게 중국측의 주장이다. 북한의 핵개발 및 6자회담 불참 선언으로 중국의 협상력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중국의 대 북한 온건적 봉쇄정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과거의 무조건적인 '북한 달래기'에서 벗어나 약간의 정책 변화만으로도 중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상당한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이 글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벨퍼 과학·국제문제센터의 앤우 연구원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Beijing's Stance on North Korea'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