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국가'를 구하자 .. '강한 국가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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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사회주의의 실패라는 역사적 경험을 근거로 케인스식 경제정책이나 복지국가의 이념까지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G7을 비롯한 각종 서방 선진국 모임에서는 '작은 정부'를 외치면서 시장 원리로의 복귀와 정부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강한 국가의 조건'(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안진환 옮김,황금가지)은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추세가 올바른 방향인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후쿠야마가 말하는 강한 국가란 종래와 같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개입 정도를 최소화하되 그 역량은 대단히 뛰어난 효율적인 정부를 말한다.
그동안 선진국과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해법은 국가 규모를 축소하는 데에만 주안점을 두었을 뿐 '국가 건설'에 대해서는 등한시했으며,그 결과 약한 국가들이 국제 사회에 골칫거리로 등장했다는 것이 그의 비판이다.
세계화의 진행으로 국가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후쿠야마가 던지는 메시지는 우리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하다.
뒤처진 나라들은 이제 빈곤과 분쟁,테러의 온상으로서 다른 국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들을 어떻게 구원해야 하는가의 과제가 후쿠야마로 대표되는 미국 지식인 그룹의 과제 전면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후쿠야마는 오늘날 세계 속의 이러한 실패자들,즉 '약한 국가'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의 해법은 간단하다.
"고기를 던져주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라는 것이다.
'강한 국가'는 조직,정치 체제,합법성,그리고 문화적·구조적 요소를 고루 갖추어야만 한다.
여기에 국민들의 요구와 엘리트들의 긍정적인 자세가 동반되어야만 강한 국가를 만들 수 있다.
이 책의 제2부에서 그는 이전 저작인 '대붕괴 신질서'에서 다루었던 거래 비용 경제학과 공공 선택 모델에 관한 논의를 다시 전개하며 강한 국가를 달성하는 데 개인적 인센티브와 합리성을 넘어서는 '사회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제3부는 이러한 이론적 논의를 오늘날 미 행정부의 대외 정책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9·11 테러 이후의 세계는 동등한 국가 주권이 보장되던 베스트팔렌 체제로부터 벗어나 있으며 '약한 국가'들의 해악을 고려할 때 강대국의 개입은 부분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논리이다.
특히 다자주의와 국제적 공동체의 관념을 중시하는 유럽식 접근 방식보다는 개별 국가의 자위권과 책임 의식을 기반으로 한 미국식 접근 방식을 강조하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신보수주의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적 구조 조정의 압력,그리고 정부의 역할과 권한을 둘러싼 대내적 논쟁에 휩싸여 있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후쿠야마의 목소리는 지식인들과 정책 결정자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할 주제를 던져 주고 있다.
1백84쪽,1만2천원.
민병원 서울산업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