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에 힘들고 지칠 때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진다.


짐짝같이 부대끼는 현실이 싫을수록 또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만큼 상황이 버거울수록 기대고 싶은 욕구는 커진다.


그러나 어쩌랴.언제까지나 '내 인생은 나의 것'이 아닌가.


이왕에 껴안고 가야만 하는 것이 삶이라면 자기만의 외길을 고집하면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볼 가치가 있다.


보통 사람들이 걷는 인생궤도를 과감히 박차고 일어선 11명의 이야기 '청춘표류'(다치바나 다카시 지음,박연정 옮김,예문)는 그런 면에서 눈길을 끄는 신간이다.


'여자를 좋아했던 불량소년.지금은 유명 작가가 된 무라카미 류와 함께 명문 고교를 다녔다.


그러나 좋아하는 여자와의 결혼을 부모가 반대하자 가출했고 곧 노름에 빠졌다.


어느날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나이프를 만들기로 모질게 마음 먹었다.


각고의 노력이 뒤따랐고 지금은 나이프 문화가 가장 발달한 미국인들에 의해 세계 제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자루에 최고 수십만엔을 받는다.


(후루카와 시로 33세)'


저자는 한 번 집필 주제를 정하면 1m 높이에 이르는 관련도서를 빠른 시간에 섭렵해 '엽기적 독서광'이라고 불리는 인기 저널리스트.1년에 걸친 취재를 정리했는데 발로 뛰면서 쓴 현장 냄새가 책장을 넘길수록 짙어진다.


자일에 몸을 의지한 채 70m 절벽에 매달려 잠자고 대소변 보면서 일주일을 버티는 34세의 동물사진 작가,게이오 대학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매 사냥을 하는 수할치,시 의원의 넷째 아들로 태어나 원숭이 조련사가 된 후계자 1호 등.


그들은 대부분 열등생이었고 빠르게는 중학교 때부터 '불량'의 낙인이 찍힌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았고 땀 흘렸다.


'청춘,너는 지금 어둠 속을 질주하고 있는 거야.언젠간 이 터널을 통과하게 돼.그때 네 인생이 도약하는 거야.그만두면 안돼.되돌아 와선 안돼.' 이 책은 그 '열병의 기록'이다.


2백88쪽,9천5백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