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혁신의 주역은 연구자가 아닌 고객이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고객의 직접 참여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회사 내부의 연구 인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전문성을 지닌 고객의 참여를 보장해 주면 성공 확률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혁신 아이디어의 산실은 고객=GE 건강사업부는 심장이 뛰는 모습을 3차원으로 보여주는 신제품 '라이트스피드 VCT'를 개발했는데,이는 고객의 제안으로 개발됐다. GE 건강사업부는 의사와 연구원 등 고객을 자문위원으로 위촉,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직접 의견을 내도록 하고 있다. 게임업체 EA는 새 게임을 팔면서 고객이 직접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고객은 스스로 만든 콘텐츠를 웹사이트에 공짜로 올렸고 결국 게임이 더욱 재미 있게 돼 사용자도 늘어났다. 레고는 '마인드스톰'이란 로봇 장난감을 출시했는데 1천여명의 해커가 이 제품의 운영체제를 내려받아 자발적으로 기능을 추가했다. 레고는 결국 자사 웹사이트에서 해커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독일 자동차 업체인 BMW도 2년 전부터 차량에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텔레매틱스 서비스 개발 과정에 소비자가 참여하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터넷으로 배포했다. 이를 통해 1천명의 고객 아이디어를 받았고 성과가 좋았던 15명을 회사로 초청,개발자와 미팅을 주선했다. BMW는 "고객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채택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기뻐했으며 아이디어에 대한 대가를 원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고객이 왕일 뿐만 아니라 시장조사 담당자고,연구개발 본부장이며,제품 개발 책임자라고 평가했다. ◆고객 참여형 혁신이 더 성공적=기존에는 시장 조사 요원이 보고서를 쓰고 이를 기반으로 연구원들이 신상품을 개발하는 게 기업의 일반적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개발된 제품 중 4분의 3이 실패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고객이 직접 참여하면 성공 확률이 더 높다. MIT의 에릭 폰 히펠 교수는 "고객이 주도하는 혁신이 더 성공적이며 앞으로 대부분의 혁신이 이런 방식으로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연령이나 성별,지역별 대표성을 지닌 고객으로부터는 많은 것을 배우기 어렵다"며 "전문성이 있는 특별한 고객을 잘 파악해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고객을 '선도 사용자(lead users)'라고 부르고 있으며,GE는 '선각자(luminaries)'라고 이름 지었다. 이코노미스트는 고객이 특허를 내고 관리하기가 어려워서인지,아니면 좋은 아이디어를 내 유명세를 타는 것을 선호해서인지 몰라도 대부분은 보상을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공짜 점심(free lunch)'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기업이 더 많아졌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