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기아차 사장이 11일 기아차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은 현대.기아차그룹에서 `3세 경영'체제가 본격 가동됐음을 의미한다. 지난달 사장 승진 발표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는 하지만 정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그밖에도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정의선 사장이 정몽구 회장의 후계자로서 주력 계열사인 기아차 경영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사장은 지난 94년 현대모비스에 처음 입사한 뒤 99년 현대차 자재담당 이사,2002년 AS 및 국내영업 총괄 전무를 거쳤고 사장 승진 직전에는 현대.기아차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을 맡았었다. 또 기아차의 슬로바키아 공장 건설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등 중장기 프로젝트사업에도 깊숙이 개입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 사장의 그룹내 역할은 완전히 독립적인 형태였다기보다 `경영수업'의 의미가 더 강했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따라서 이번 대표이사 선임은 10년간의 경영수업을 끝내고 그룹 경영의 전면에본격 나설 것임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 사장이 김익환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현행 상법상 각자 대표이사는 한 명만 결재를 해도 법률적 효력을 갖는다. 대표이사 전원이 결재해야 효력이 있는 공동 대표이사와는 의미가 크게 다른 것이다. 각자 대표이사는 권한과 책임을 더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 사장이보다 많은 독립적 경영권을 갖는 대신 똑같은 크기의 책임 부담도 안아야 하는 구도인 셈이다. 앞서 기아차는 최근 정의선 사장과 김익환 사장의 역할을 조정, 정 사장의 업무영역을 대폭 넓힘으로써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완료했다. 정 사장의 공식 직함은 현대.기아차기획총괄본부 담당 사장이다. 하지만 직접 관장하는 업무는 기획실, 기획총괄본부의 기아차 관련 R&D 및 마케팅 기능, 해외영업본부, 중장기 해외공장 프로젝트, 재경본부 등으로 매우 포괄적이다. 자동차메이커로서 기아차의 성장동력원이라 할 수 있는 수출, R&D, 해외 공장프로젝트 등은 물론 연간 업무계획과 중장기 플랜 조정(기획실), 자금 관리(재무경리) 등의 핵심 기능까지 모두 정 사장이 직접 챙기게 됐다. 현대.기아차그룹의 구조조정본부격인 기획총괄본부의 본부장과 부본부장은 모두공석이지만 기획총괄본부도 사실상 정 사장 주도 아래 굴러갈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대신 김익환 사장은 정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국내영업 및 생산, A/S, 인사.총무 등 회사 `안살림'을 주로 맡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관계자는 "무엇보다 정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책임경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상징적 의미의 책임경영이 아니라 실제로 본인 책임 하에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결과도 책임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 사장이 우리 사회 일각의 부정적 시선을 떨쳐버리고 기아차의 눈부신 성장을이끌어 내 그룹 후계자로서의 자질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