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11일 임기(6년)를 마치고 정년퇴임하는 자리에서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 이후 헌재를 비난해온 정치권 등을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김 재판관은 이날 퇴임사에서 "지난해 헌재가 내린 중요한 결정들을 폄하한 지각 없는 행위를 한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이 진정 나라를 위하고 국민 의지를 대변하는 사람들인지 의심된다"며 그간 헌재를 공격해온 인사들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동시에 "우리가 내린 결정에 대해 국민들에게 유연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헌재에 대해서도 일정한 책임론을 주문했다. 김 재판관은 또 "헌재 재판관을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헌재 재판관 구성 다양화를 골자로 여당의원 등이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법의 고유 의미를 찾는 작업은 오랜 세월 법을 해석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 온 법률가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고와 서울법대를 나온 김 재판관은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지난 96년 5·18 사건 1심 재판에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각각 사형과 징역 22년 6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행정수도 이전 결정에서는 위헌 의견을 개진하면서도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은 수도 이전은 헌법상 국민투표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소수 의견을 밝혀 화제가 됐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