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폭력과 성적 일탈행위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일진회'는 일본만화에 등장하는 폭력조직 이름이다. 만화의 주인공들은 학생이며 그들의 자유분방한 생활을 묘사하면서 폭력의 정당성과 미화를 서슴지 않는다. 누군가를 영웅시하고 신격화하려는 그네들의 의식이 만화에도 그대로 배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만화는 10여년전 한국에 들어오면서 엉뚱하게 둔갑했다. 학생들이 '일진회'라는 이름을 본떠 폭력서클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만화의 등장인물과 동일시하면서,현실에서 겪는 입시와 경쟁 등의 불만을 폭력조직을 통해 분출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도 학생들의 이 같은 탈선은 종종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되곤 했던 게 사실이다. 조폭 뺨치는 일진회의 실상은 며칠전 한 중학교 교사에 의해 공개되면서 온 사회가 충격속에 빠져들고 있다. 일일 락카페(일락)를 열어 공개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섹스머신'이나 '노예팅' 그리고 이성친구가 생기면 엽기적인 행위를 하는 '깔식' 등이 다반사로 자행되고 있다는 폭로에 모두가 경악했다. 집단폭행은 예사로운 일이고 한 학생을 순간적으로 목졸라 기절시키는 '기절놀이' 등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수백개의 사이트에는 성인들도 보기 민망한 야한 동영상과 소설들이 올라 있기도 하다. 당국은 일진회 조직을 와해시키겠다며 뒤늦게 법석을 떨고 있다. 조직원들이 스스로 탈퇴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미국과 유럽에서 시행하고 있는 스쿨캅이나 유스패트롤 같은 '스쿨폴리스'를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쿨폴리스는 이 제도를 시행하는 서구에서 인권침해 과잉처벌 학습권침해 등이 문제되고 있어 신중해야 할 사안이다. 학원가의 폭력과 성문란은 얼마전 밀양의 성폭력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 듯 도를 넘은 지경에 와 있다. 국민학교 학생 상당수도 폭력에 오염됐다는 것은 이제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폭력성과 선정성을 부추기는 만화와 인터넷 '짱'문화가 주범이라고 하나 어찌 이 뿐일까. 학교폭력과의 전쟁이 시급한 일로 떠올랐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