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1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구조조정"을 올해 주요 정책목표로 내놓은 것은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된 금융권 구조조정을 올해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내 은행 부실문제가 거의 해소된데다 1인당 5천만원까지 보장하는 예금보호제도가 정착됨에 따라 상호저축은행과 신협 등에 손을 대더라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국내자본 역차별 폐지' 문제는 금감위가 직접 관여할 사안은 아니지만 외국자본의 국내 진입이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서도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재정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부처와 공동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호저축은행 신속한 구조조정 금감위는 부실 상호저축은행을 폐쇄하더라도 다른 저축은행과 거래하는 고객의 예금인출사태 등 동요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판단,올해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상호저축은행의 전체 여신 규모는 작년 말 30조2천억원"이라며 "예금보호 제도에 대한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혔기 때문에 이제는 부실 상호저축은행을 영업정지해도 전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금감위는 악덕 대주주가 상호저축은행에 예치된 돈을 빼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적격성 심사제도를 강화하고,경영권이 바뀔 때에는 승인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임원 자격요건도 강화해 부적격자의 금융회사 경영진 선임도 막기로 했다. 또 일정기간이 지난 부실채권을 조기에 처분하도록 유도하고 부실우려가 있는 서민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자본 확충과 합병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내자본 역차별 해소 금감위는 이날 배포된 공식 업무보고 자료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대통령에게 브리핑할 때 사용하는 파워포인트 자료에는 '외국자본 진출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자본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해서 설명했다.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금감위가 책임질 사안은 아니지만 외국자본의 국내 진입이 금융시장을 포함한 국내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위는 외국자본의 국내 진입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으로 '경쟁촉진에 따른 선진경영문화 정착'과 '국가신인도 제고'를 꼽았다. 그러나 외국자본의 부정적인 요인으로 '상업성 위주의 경영으로 인한 공적 역할 소홀 가능성'과 '지나친 단기수익 추구 소지' 문제를 제기했다. 양천식 금감위 부위원장은 "유망한 국내기업을 매각할 때 국내 산업자본이 차별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증현 금감위원장도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국내자본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 등을 포함한 규제 완화 문제를 관계부처와 협의해야 한다"고 소관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심'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불공정거래 약관심사도 강화 금감위는 이밖에 증권·선물·보험회사의 자기자본 기준을 강화하고 중소 보험사에 대해서는 자율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등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영업활동 규제를 가능한 한 폐지하고 외부위탁업무를 확대,금융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또 불공정거래 약관심사를 강화하고 금융회사 수수료 체계를 개선하는 등 금융이용자 보호업무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