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의 '엄포'가 효력을 나타낸 걸까. 원·달러 환율이 이틀째 1천원선 붕괴를 간신히 막아냈다. 역외세력과 국내 기업으로부터 꾸준히 흘러나온 달러 매물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무난하게 소화됐다. 일부에서는 최근의 역외 환투기 세력에 엔화 투자자금이 흘러들고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지만 시장반응은 무덤덤했다. ◆약발받은 외환당국 경고 11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과 같은 1천원30전에 마감됐다. 개장 초엔 '세자릿수 환율'이 현실화하는 분위기였다. 시장이 문을 열자마자 3분만에 원·달러 환율이 9백99원30전으로 내려섰다. 그러나 전날 20억달러 가량의 대규모 매수개입을 단행했던 외환당국이 추가로 2억∼3억달러의 달러 매수주문을 내자 환율은 곧바로 전날 수준을 회복했다. 외환당국의 강력한 방어의지가 달러 매도세력을 한 발 뒤로 물러나게 만든 셈이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외환당국이 1천원선 붕괴시 다시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확산됐다"며 "당분간 환율은 현 수준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당국의 방어력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은 여전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를 발행해 마련한 자금은 이미 바닥이 거의 드러난 만큼 현재로선 한국은행의 발권력으로 달러를 사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과정이 지나칠 경우 물가상승이나 통안채 이자비용 급증 등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시중에 지나치게 풀린 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찍어낸 통안채의 발행잔액은 지난달 25일 현재 1백53조2천억원으로 작년 말(1백42조8천억원) 에 비해 10조원 이상 늘었다. ◆엔화자금 공격 가능성 일부에서는 최근 들어 늘어난 '엔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가 환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초저금리인 일본 엔화를 차입하거나 일본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한 뒤 이를 고금리 통화인 비(非)엔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원화 절상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은 가운데 대규모 엔캐리 트레이드가 확산될 경우 환율 하락압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국제금융센터도 최근 "역외 차익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일부 헤지펀드들이 원화를 포함한 일본외 아시아 통화를 매수하고 엔화를 매도하는 거래를 확대함에 따라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통화들이 엔화 대비 강세를 시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엔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이 초저금리 상태에 들어간 이후 꾸준히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며 "일본에 투자했던 자금은 주로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는데 이들 자금이 갑자기 한국으로 유턴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보인다"고 부인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