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가 1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2대 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을 물리치고 경영권 방어에 성공함에 따라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반면 기업 지배구조개선 등을 명목으로 내걸고 2년여간 공세를 펼쳐온 소버린의 입지는 크게 약화돼 최근 대주주로 올라선 LG와 LG전자에 대한 경영권 참여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한층 강화된 경영권을 바탕으로 "이해관계자의 행복극대화"와 "뉴SK"구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주주도 최 회장 지지 증권가에서는 당초 외국인(지분 54.14%) 가운데 상당수가 소버린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딴판으로 나왔다. 최 회장 재선임을 반대한 외국인 지분은 4천4백26만주.이는 전체 의결권지분 1억2천7백17만주의 34.8%(주총참석 지분 1억1천5백97만주의 38.16%)다. 여기서 소버린지분 14.96%를 제하면 외국인주주 중 소버린 손을 들어준 지분은 19.84%에 불과하다. 반면 SK 는 7천31만표,총 의결권 지분의 55.29%를 획득했다. 기존 우호지분 35.74%에 국내 소액주주들의 절반인 5% 정도가 SK편을 들었다고 해도 적어도 15% 가량의 외국인이 최 회장 재선임에 찬성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푸르덴셜자산운용 등 최 회장 선임반대 입장을 막판에 철회한 잠정적 지지세력까지 포함하면 외국인의 19% 이상이 최 회장 재선임에 동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소버린을 제외한 외국인 지분 약 40% 중 절반 정도가 SK를 지지한 셈이다. 황규호 SK CR전략실장은 이날 주총 승리 직후 "SK 가 추진해온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성과를 국내외 주주들이 높게 평가한 결과"라고 말했다. 소버린의 향후 행보는 소버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SK(주) 정기주총에서 보다 윤리적이고 충분한 자격을 갖춘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었던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의 이사 선임으로 기업 가치가 떨어지고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억지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소버린이 이번 주총에 패했다고 해도 당장 SK 지분을 매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소버린측 국내 대리인은 "소버린이 금방 빠져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 한 주만 팔아도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며 "한국 증시가 좋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LG에도 1조원 가량 투자한 만큼 당분간 남아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소버린이 머지않아 블럭세일 방식으로 SK 주식 일부 혹은 전체를 팔아치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