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1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효율적인 금융시장 육성"과 "기업부담 완화"를 올해 주요 정책목표로 내건 것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에만 주력했던 금융감독 정책의 일대 전환을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뒤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은행들이 기업을 등쳐먹는다","증권분야 집단소송제를 포함해 일부 금융관련 제도가 기업 현실에 비해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던 윤 위원장이 올해부터 기업친화화적인 금융감독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융산업 균형발전 도모 금감위는 기업들이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은행권과 제2금융권의 균형발전을 추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술력과 사업성을 갖춘 중소기업에 주식시장 이용기회를 확대하고 미래상환능력 위주의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토록 감독하기로 했다. 금융산업 균형발전을 위한 방안으로는 금융지주회사의 대형화·겸업화를 추진하고 증권사는 업무영역 확대 등을 통해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키로 했다. 보험사는 다양한 상품개발을 통해 위험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산업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은행에 대해서는 이자중심 영업구조에서 탈피해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융상품 개발 및 운용을 제한하는 규제를 정비하고 신설규제에 대해서는 '2중 심사시스템'을 운영,불필요한 규제 신설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다. 금융회사의 외부업무 위탁(outsourcing)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한 것은 금융회사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금융업은 기업을 지원하는 서비스산업"이라며 "감독업무를 수행할 때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나 지표에 매몰되지 말고 금융시장과 경제안정 측면에서 거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자본 역차별 해소 금감위는 이날 배포된 공식 업무보고 자료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대통령에게 브리핑할 때 사용한 파워포인트 자료에는 '외국자본 진출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자본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해서 설명했다.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금감위가 책임질 사안은 아니지만 외국자본의 국내진입이 금융시장을 포함한 국내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위는 외국자본의 국내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으로 '경쟁촉진으로 선진경영문화 정착'과 '국가신인도 제고'를 꼽았다. 그러나 외국자본의 부정적인 요인으로 '상업성 위주의 경영으로 공적 역할 소홀 가능성'과 '지나친 단기수익 추구 소지'문제를 제기했다. 외국자본에 넘어간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외면한 채 손쉬운 주택담보대출에만 치중하고,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키우기 보다는 지나친 배당압력으로 기업의 설비투자 여력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양천식 금감위 부위원장은 "유망한 국내기업을 매각할 때 국내 산업자본이 차별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증현 금감위원장도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국내자본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 등을 포함한 규제 완화 문제를 관계 부처와 협의해야 한다"고 소관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심'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