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거나 고배당 실시 등 주주 중시 경영을 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적잖은 코스닥 업체들이 실적 부진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이처럼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들은 현금성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주가도 한 단계 레벨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인터넷·게임 업체들이 현금성 자산 많아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웹젠 네오위즈 CJ인터넷 등 게임·인터넷 업체들이 현금 및 현금등가물,매출채권,유가증권 등 이른바 현금화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을 많이 갖고 있다. 이 업체들은 풍부한 '실탄'을 무기로 향후 사업 다각화를 추진,주가 상승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CJ인터넷은 50억원을 출자,미국에 인터넷게임 포털 업체를 이달 말까지 설립하겠다고 지난 11일 공시했다. LG투자증권은 CJ인터넷에 대해 "활발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가총액 대비 30%에 해당하는 7백95억원의 순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돼 향후 M&A(기업 인수·합병)를 통한 신규 사업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주가도 동종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게임 '뮤'가 주력인 웹젠도 현금성 자산이 1천6백억원에 달한다. 게임포털 '피망'을 운영 중인 네오위즈는 실적 우려 속에서도 5백억원대의 현금성 자산이 주가 하락을 막는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부실한 게임 사업을 접은 지식발전소도 현금성 자산이 2백30억원대에 이른다. 포털 '파란닷컴'을 운영 중인 KTH는 9백억원대 현금으로 검색이나 게임 포털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 밖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도 2천4백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 현금성 자산이 많은 기업들은 재무 구조가 튼실하다. 또 현금성 자산은 주가의 하방 경직성을 높여준다. 예컨대 웹젠의 경우 올해 예상수익 기준 PER(주가수익비율)는 17배로,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지 않았다면 적정주가는 지난 주말 종가인 1만9천9백원보다 크게 낮은 1만2천∼1만5천원선이라는 게 한화증권측의 분석이다. 또 성장성 확보를 위해 새로운 투자가 필요한 벤처기업으로선 든든한 자금력이 기본이다. 현금성 자산을 활용,신규 사업에 뛰어들거나 우량 업체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때에 따라서 무상증자나 자사주 매입,고배당 등 주주가치 제고에 나설 수도 있다. 지식발전소는 지난해 적자를 냈는 데도 주당 1백원씩 현금을 배당키로 했다. 파라다이스도 주당 2백25원씩 배당키로 해 시가배당률이 5.6%로 높다. 하지만 현금성 자산을 잘못 활용할 경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LG투자증권 이왕상 연구원은 "유동성이 풍부한 회사가 이를 잘 활용하면 주가 상승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