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일요일인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리움'미술관을 관람했다. 청와대는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딸 정연씨 부부들과 함께 한 비공식 가족나들이"라고 강조했지만 미술관을 운영하는 삼성 이건희 회장 부부의 안내를 받아 단순한 '봄나들이' 이상의 의미가 실린다. 노 대통령은 국보급 미술품이 다수 소장된 리움 미술관을 자세히 둘러본 뒤 이 회장과 15분간 차를 마시며 정담도 나눴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방명록에 "문화한국 선진한국 리움미술관의 개관을 축하합니다"라고 썼다. 노 대통령이 취임한 후 이 회장과 따로 만난 적은 없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에는 청와대에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도 준독대 수준의 만남을 가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 앞에서 열린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시승식'에서 정 회장과 현대의 시제품 '투싼'차를 함께 타고 청와대 경내를 한바퀴 돌았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미래형 신기술자동차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재계에서는 노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과 독대에 준하는 연쇄회동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도 "노 대통령이 재계 총수와 만나지 않겠다고 한 적도 없고,피한 적도 없다"며 "다만 이제는 개별기업에 '선물'로 내놓을 것이 없고,'이면거래'는 더구나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앞으로 재계 총수 등 더 많은 경제인들을 만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형식은 정 회장과 이 회장과의 만남처럼 자연스러운 계기에서 회동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인도 방문 때 LG전자 현지공장을 방문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한·인도 정상회담 등 공식 일정이 몰린 뉴델리에서 다소 떨어진 LG공장을 찾아갔는데 구본무 LG회장이 안내했다. 이 밖에도 노 대통령은 해외순방 때 특별기에 동승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과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 등과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눴다. 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 때만 해도 재계 총수들과 개별만남에 대해서는 상당히 소극적인 입장을 밝혔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