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李憲宰) 전 경제부총리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한덕수(韓悳洙) 국무조정실장은 통상분야에서 소위 `엘리트 코스'를 차곡차곡 밟아온 경제 관료이다. 행시 8회 출신으로 옛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 1982년 부처간 교류 때옛 상공부로 자리를 옮긴 뒤 통상산업부 차관,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 통상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1년에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 발탁된데 이어 이듬해 경제수석을 맡는 등승승가도를 달렸으나, 2002년 한.중간 마늘파문이 불거지자 2000년 당시 한.중 협상에 책임을 지고 공직생활을 접어야 했다. 이후 법무법인 김&장 고문, 산업연구원 원장 등을 지내며 `관가'에서 점차 잊혀지는 듯했으나, 참여정부 들어 2대 국무조정실장으로 기용돼 1년7개월만에 장관급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고 건(高 建) 전 총리가 있을 때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했으며, 현 이해찬(李海瓚) 총리체제에서는 `책임총리'를 뒷받침, 역대 여느 국무조정실장 보다 많은업무량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분권형 국정운영 도입 이후 국무조정실의 기능과 역할이 한층 강화됐음에도 현재까지 별다른 잡음없이 부처 업무를 총괄 기획.조정, 분권형 국정운영의 조기안착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 실장 본인은 "업무가 과도하게 몰리는 게 버겁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번 1년7개월만 쉬어봐라.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곤 한다. 국정 전반을 조망하는 국무조정실장직을 1년1개월가량 수행, 지금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함께 참여정부의 국정기조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높은 관료중 한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또한 경제개방에 대한 소신이 확고한 것도 이번 인선 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지난 1월13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개방형 통상국가를 지향하고 있으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개방을 통해 경제의 체질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었다. 한 실장은 과거 `친미(親美)적'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개방에 대한 소신을굽히지 않아왔으며, 한미 투자협정(BIT)을 추진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목을 걸겠다"고 말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장이라는 자리가 총리의 그늘에 가려져 있기 때문인지 한 실장에 대해 "안정적으로 업무를 관리하는 측면은 있으나 상대적으로 카리스마나 추진력은 뒤처진다"는 평가도 있다. 한편 한 실장은 상공부 과장으로 재직중 휴직계를 제출하고 도미, 미 하버드대에서 1년만에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학구파이기도 하며 동시에 주변에서 `일이 취미인 사람'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일벌레이기도 하다. 영어실력은 외국인에게도 품위있는 고급영어로 정평이 나있다. 명문장이 눈에띄면 이를 메모하거나 숙지해 실전에 사용, 통상협상 테이블에선 상대방에게 깊은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한 실장은 1967년에 졸업한 경기고 63회 출신으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柳寅泰) 열린우리당 의원, 청와대 정우성(丁宇聲) 외교보좌관과 정문수(丁文秀)경제보좌관이 동기 동창이다. 그러나 한 실장에 대해서는 이헌재 전 경제 부총리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지적과 함께 이해관계가 첨예한 정부 부처 사이에서 얼마나 소신과 능력을 발휘할지, 노 대통령의 정부혁신 과제를 과연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지 회의론도 만만찮게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